쳐내기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란 다 비슷한가보다. 이것도 구현하고싶고, 저것도 구현하고싶고. 그걸 놓치지 않겠다고 Trac이나 Redmine같은 것도 쓰고. 그것도 부족해 GTD(Getting Things Done; 시간 관리 개념의 일종)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유저는 그 많고 많은 기능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을 놓친다. 물론, 이 지적에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유저 입장에서 완성도는 개발자가 생각한 것이 몇 퍼센트나 구현됐냐는 개념이 아니다. 유저가 개발자의 의도를 100%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유저 입장에서의 완성도는 내가 이 서비스에 기대한 게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다. 결국 중요한 건 유저의 기대치, 결과물,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
결국 유저가 좋아하는 서비스는 한 페이지 안에서 여기엔 무슨 기능이 있나 헤매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중요한 기능은 잘 부각돼있고 중요하지 않은 기능은 잘 숨어있는 서비스다. 유저가 예상한 위치에 유저가 예상한 기능이 박혀있는 서비스다.
그래서 이번 페이스북 업데이트는 조금 실망스럽다.
오른쪽 사이드바에 왜 온라인 친구와 친구들의 소식이 같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같은 배경색에, 리사이즈가 가능하다니! 무슨 공통점이 있길래!) 뉴스 피드도 너무 어려워졌다. "인기 글"과 "좋아요" 설정을 따로따로인 이유도 모르겠다.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기능을 넣다 보니, 결국엔 너무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걸 세세히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친구 목록에 불과했던 게 뜬금없이 '리스트'란 이름으로 메인 페이지로 진출한 건 구글+의 서클을 따라한 것 같다. 자동 분류는 괜찮다. 하지만 구글+도 너무 복잡하단 느낌이 드는 상황에서, 새로 업데이트된 페이스북은 더 복잡하단 느낌이 든다.
물론 페이스북은 구글+보단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가 너무 강력하고, 구글+는 개발자 마인드가 없는 사람이 쓰긴 너무 힘들다. 안그래도 어렵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페이스북이라면 좀 더 쉽게 다듬고 쳐내야 하지 않았겠나.
* 이렇게 적어놓긴 했다만, 사실 나도 (디자이너적인 마인드로) 내가 생각하는 완벽함을 추구할 때가 잦다. "여기 여백은 2mm가 아니라 3mm여야해!" 같은. 물론 그게 중요할 때도 꽤 있다. 행간, 내어쓰기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1mm, 1px은 중요하지 않을 때도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