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지금 나에게 좋은 일은 언젠가는 나쁜일로 돌아올 거라고. 그 생각이 틀렸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나는 방심했다. 좋은 일에 취했다. 나태해졌다. 그리고 좋은 일에 취한 채 서성거렸다. 나태함에 취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에 대한 평가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결과는 뻔했다. 아, 내가 잘못했구나. 늘 그런 식이었다.

2.
그래서 나는 항상 나에게 좋은 일을 경계했다. 나란 놈은 늘 그랬다. 항상 나태해졌고, 안심했다. 좋은 일은 항상 나를 나쁜 쪽으로 몰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스스로 벼랑끝에 몰았다. 그게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고 할지라도.

3.
그래서 나는 최근 야권, 그리고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야권은 19대 총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애당초 민주통합당이 단독 과반의 가능성을 점치던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비록 두 명이 불미스러운 일로 탈당했지만, 그들의 지역구와 표를 생각하면 결국 그 둘의 표는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올 것이란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안이 아닌가!)을 차지했다. 너무나도 처참한 패배다. 하지만 이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태하고, 오로지 심판만 이야기하고, 비전은 하나도 전달할 줄 모르던 야당에게,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릴 계기가 된 것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4.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총선 패배가 아닌 굉장히 다채로운 것들이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대표적이다. 통합진보당은 남이 보면 무려 붕괴의 위기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과의 분열 과정에도 자신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달을 수 있다면, 차라리 지금 털고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보정당의 내홍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노동당' 세력은 왜 자신들이 분열해야했는가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더이상의 실패와 깨달음은 의미가 없다. 이미 4년을 새누리당에게 넘겨주었다. 국회와 대통령 모두를 남에게 넘겨줄 것인가? 아마 그들도 그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대통령 후보 단일화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는 않아지고 있다는 것을 지금쯤이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제발 그들이 무식하지는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