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고 말하지 못 하겠다. 그가 대통령 됐을 땐 내가 너무 어렸고, 정치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졌을 때, 그땐 이미 그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연정, '좌파 신자유주의' 발언, 그리고 한미FTA까지. 그는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었다. 비판적 지지 딱지를 붙이지도 못 할 만큼.

그가 퇴임한 후에, 그땐 그가 쓸쓸해보였다. 5년 내내 신나게 두들겨 맞은 후에도, 그래도 그는 고향에 호화로운 집을 지었네 뭐네 하며 (그보다 훨씬 호화로운 집에서 사는 사람이 회장으로 있는) 언론에게 욕만 들었으니까. 그도 좀 잠잠해졌다 싶더니, 갑자기 그와 그의 주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다 그의 가족들이 저지른 비리가 하나둘씩 밝혀지더라. 충격이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자신의 부인이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던 때, 그땐 '노무현에 대한 조금의 동정'마저도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후, 생각을 조금 달리 하기로 했다. 가장 깨끗한 대통령을 자임했던 대통령마저도 비리를 막지 못했다면, 이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이전 대통령보다 액수가 줄었다는 것에 안도하기로 했다. 그래, 한 번에 이런 게 사라지긴 힘드니까. 감소세에 있는 거야. 그렇게 이 나라 정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지금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게 아니었다. 이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출국금지인 상태다. (출국금지까지 해놓고 소환조사는 왜 안 하지? 노무현 측근에겐 그렇게 포화를 쏟아붓던 검찰인데?) 요요줄이 풀리다 말고 팅겨 올라가는 느낌이다. 집권 1년차 대통령 측근이 이 정도인데, 과연 4년, 5년차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도 하기 싫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래도 자신이 깨끗해야 한다는 자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지만, 글쎄.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의식을 기대하긴 힘든 것 같다. 여태까지 보여줬던 행동을 보면 말이다.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응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이 한동안 TV를 뒤덮었다. 비극이란다. 그렇다.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의 뒤가 항상 '구린' 거, 그거 비극 맞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더 큰 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5년 후에도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 역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 측근을 먼지털이하듯 탈탈 털기만 했지, 제도적인 보완따위 하나 한 적 없으니 말이다. 과연 우리는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글쎄. 난 회의적이다. 저 윗선에선 이 비극을 방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까. 단지 정치싸움 하는 데에 바쁠 뿐이니까.

p.s. 검찰은 왜 사서 신뢰를 잃어주시는지. 이런 글 하나하나 올리면서 검사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떡할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까지 해야한다는 거, 그게 참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