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준 선물은 콘텐츠의 양이다. 그 양에 질이 담보돼있지 않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오늘 든 생각은, 그게 진짜 문제는 아니라는 거였다.

신문, 책은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웹은 다르다. 페이지 하나가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신문은 매일 100개가 넘는 기사를 제공한다. 웹페이지 100개를 방문하는 것? 그건 결코 쉽지 않다. 나만 해도 RSS에서 기사 50개만 올라와도 읽기가 싫어진다.

신문의 최대 강점은 기사의 경중에 따른 시각적 편집이다. 큐레이션이 그들의 최대 강점이다. 그런데, 신문보다 적은 기사 수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웹에서 큐레이션의 중요도는 신문보다 더 높다. 하지만 아무도 큐레이션을 잘 하지 못 한다.

신문은 기사 생산자의 수없는 논의를 토대로 논조를 만든다. 그리고 논조를 바탕으로 큐레이션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한다. 웹은? 웹이 그렇게 했다가는 ‘편향성 논란’이 일어난다. 요즘 기성 언론이 포털 사이트를 때리는 것을 보라. 이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큐레이터와 생산자가 분리돼있고, 큐레이터가 생산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에서 생산자가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언론이 말하는 ‘포탈의 편향성’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핵심은 페이지뷰에 따른 이익 싸움이다.

그렇다면 생산자가 직접 웹에서 큐레이션을 할 때, 그게 좋은 결과물을 낸 적이 있는가? 생산자가 웹 사이트의 큐레이터가 됐을 때, 그들은 웹의 낮은 광고 단가 때문에 최악의 선택을 한다. 기실 진짜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신문사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라. 당신은 그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싶은가? 악성 코드를 담은 광고와, 기사를 가리는 광고를 감수하고?

결국, 오늘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정보를 얻는 데엔 신문이, 책이 더 낫다. 문맥을 파악하는 데엔 웹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신문과 책은 텍스트 자체보다 문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고사당할 것이다. 어떻게든 고민해야 한다. 나도 그 고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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