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OST의 "한번 더"라는 곡은 굉장히 질이 나쁘다. 두 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번 더"가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와 닮았다는 것을 반드시 느낄 수 있다. 아니, 둘 중의 한 경우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첫째, 곡의 노골적인 복사. 둘째, "페퍼톤스의 작곡교실"같은 게 생겨서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낼만한 습작.

그만큼 두 곡은 닮았다. 다만 시간차가 10년 날 뿐이다. "한 번 더"의 코드 진행은 "Ready, Get Set, Go!"의 코드 진행과 90% 이상 일치한다. 조만 다를 뿐이다. 심지어 BPM(곡 빠르기)도 175로 일치한다. 페퍼톤스 특유의 싱코페이션도, 코드 전환 타이밍도 절반 이상 복사해왔다. 곡 구성, 진행도 일치한다. "한번 더"를 틀어놓고 "Ready, Get Set, Go!"를 불러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다른 것은 오직 멜로디다. 멜로디의 리듬도 거의 일치한다는 게 문제다.

[caption id="attachment_2171" align="aligncenter" width="300"]어떻게 BPM마저 일치할까. 하다못해 어떻게 BPM마저 일치할까. 프로그램으로 자동분석한 것이라 결과값은 실제의 배수로 분석되는데, 실제 BPM은 둘 다 175임을 쉽게 알 수 있다.[/caption]

잘 안 알려진 곡을 베껴와도 문제인데, 하도 많은 예능에 배경음악으로 깔려 알 사람은 다 아는 곡을 베꼈다. 잘 베껴와도 문제인데, 잘 못 베꼈다. 그렇게 유명하고 흥미로운 곡을 복사했는데, 이렇게 재미없고 별로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이쯤 했으면 인정할 법도 하다. 그러나 작곡가는 표절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명백히 다른 주선율, 백 번 양보해서 인정한다. 장르적 유사성? '분위기'의 유사성은 장르적 유사성이 될 수 있다. 언제부터 리듬, 화성, 코드 진행, 곡 구성을 전부 다 베낀 것이 장르적 유사성이었나? 대중음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화성 진행? '머니 코드' 진행도 아니고, 빈번한 코드 전환과 싱코페이션이 범벅된 이 곡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면 무슨 진행을 흔히 찾아볼 수 없을까? 페퍼톤스가 낸 곡이 50곡이 넘으니 그 진행이 '흔하다'고 해줘야 하나?

원래 모그는 믿고 듣는 음악감독이었다. 그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굉장히 실망이며, 앞으로의 행보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아리송하다면, 아래의 YouTube 영상에서 두 곡을 들어보시길. 내가 "한번 더"를 돈 내고 다운로드받아 BPM 분석까지 한 이유는, 그리고 해당 뮤지션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YouTube 링크를 제공하는 이유는, 이 곡이 표절임이 확실하며, 이 곡의 수익은 결국 페퍼톤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은경 - 한번 더 (수상한 그녀 OST)

Peppertones - Ready, Get Set,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