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얻기 위해 버려야 할 게 너무 많다. 언제나 디자이너는 사용성과 심미성을 사이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계층을 확실히 나눠서 구성을 하면 사용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나 흔한 사이트 중의 하나가 되고 말거란 것도 안다. 틀을 좀 비틀고 변화를 주면 사이트가 독특한 인상을 남길 것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하면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헤맬 것이란 것도 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 언제나 그게 문제다. 둘 중 하나를 명확하게 선택한다는 것, 그건 좀 도박에 가깝다. 그렇다고 둘을 적절히 절충하자니,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결국 어느 하나에는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골라야 하는가?

창의적인 디자인을 해야 할 때와, 편리하고 익숙한 디자인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 중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가, 라는 질문에 답이 어디 있겠니, 그때그때 다른 거지, 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굳이 꼽자면 난 편리하고 익숙한 디자인을 해온 편이었다. 게시판이 "무조건 예뻐야돼"라며 비주얼을 위해 사용성을 희생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할 게시판이라면, 나 자신의 취향을 약간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래서 처음 보자마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내 취향을 바꿔왔다. 편한. 직관적인. 이 두 단어는 최근 내가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한 키워드였다. 클리셰라는 소리를 들을 것을 알았지만, 난 오히려 "클리셰를 써서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여태까지 잘 해온 거였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영원히 확신하지 못할 거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일종의 기술이라는 게 내 지론이라지만, 세상에 어디 100% 옳은 게 있어야지 말이다.

결국, 언제나 일장일단이란 게 있는 거다. 그래서 모든 디자이너는 치열하게 고민한다. 고민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자격이 없고, 고민하지 않은 디자인은 디자인의 가치가 없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건 힘든 일이다. 감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이 힘든 일을 왜 하는 걸까? 난 모르겠다. 당신이라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