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까지만 해도 나는 클리셰에 매몰돼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디자이너로서 이 문제는 늘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아이덴티티까지에도 직관성을 중요시하느냐, 아니면 전혀 새로운 느낌을 (다소 뻔뻔하게) 밀어붙이느냐. 그 중 뭘 고르냐는 늘 어려운 문제였다.

아이덴티티 작업 하나를 맡고 있다. 심볼을, 텍스트를 만지작거리면서 늘 드는 고민도 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롭게 가느냐, 무난하게 가느냐. 예전같았으면 무난하게 가는 길을 골랐을 것이다. 회사 사람들에게도 그게 익숙하고 좋게 다가갔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며칠째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명확히 해결할 것이냐. 결국 대화와 조언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다. 나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단, 그게 모두가 만족하는 길이겠지. 이론서 몇 개 읽는 것 보다, 이런 걸 지금 몸소 깨닫고 있는 게 참 다행이지 싶다. 이런 기억은 굉장히 오래 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