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고등학교', 줄여서 '특목고'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다. (실제로 어떻든 간에) 외고는 '외국어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고, 과학고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고, 국제고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란다. 참으로 '특수한 목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 이 '특수한 목적'이 잘 실현되고 있긴 한 건가? 외고와 국제고는 내가 다녀본 학교가 아니니 딱히 이야기 할 자격이 나에게 없고, 과학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대체 과학고는 왜 있는 건가? '과학 인재 양성', 좋다 이거다. 그런데 정말 이 목적이 실현되고는 있는 걸까? 아니다. 과학고 졸업생의 대다수는 국내 대학에 진학한다. 유학파는 극소수다. 결국 대다수의 경우 과학고 졸업생은 일반 인문/실업계고 졸업생과 같은 목적지로 간다. 물론 KAIST와 포항공대와 같은 학교는 조금 예외라고 볼 수 있다지만, 일반고 졸업생이 여기 못 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KAIST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일반고 학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 시점에서 과학고 졸업생과 일반고 졸업생이 다른 게 뭔가? 물론 과학고 졸업생은 대학 1학년이 배우는 내용은 상당부분 미리 학습한 상태로 입학하니 '조금 더 수월한 대학생활'을 할 수 있고, 조기졸업을 했을 경우 1년 빠르게 졸업한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일반고 졸업생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고, 후자의 경우는 '재수생도 큰 무리 없이 사회에 적응한다'는 현상을 봤을 때 사실상 의미가 없는 부분이다. 결국 비약을 섞자면 과학고의 '특수한 목적'은 결과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다시 묻는다. 대체 과학고는 왜 있는 건가? 지금과 같이 단지 '대학 입시'가 암묵적으로 가장 큰 목적으로 굳어졌다면 말이다. 연계 코스를 잘 만들어놓던가, 아니면 차라리 과학고를 없애고 평준화의 틀에서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던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지금 과학고 체제에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