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투표 관련 떡밥, 국개론 떡밥이 나돌 때 썼던 글인데, 언론악법이 이렇게 어이없게 통과된 지금 상황에 갑자기 이 글이 떠올라 글을 옮겨 적는다.

이 떡밥을 길게 물고 있을 생각은 없고. 나 말고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떡밥을 물었으니 내가 긴 이야기를 하는 건 그야말로 (중복)이 될테니 그건 하지 않겠다.

다만, 몇 가지 짧게 얘기할 것은. 하나. 아직 우리나라 정치는 공약을 아주 정확하게 세우고, 그것을 전부 홍보하는 것이 아닌, '대운하' 식의 커다란 떡밥만 몇 개 던져주는 격이라는 것. 둘. 언론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 셋. 정책 위주의 선거, 정책 위주의 정당보다는 인물 위주의 선거, 인물 위주의 정당이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라는 것.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혼합됐기 때문에 노무현도, 이명박도 당선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이나 이명박 둘 다 선거 당시 홍보 전략을 대단히 감성적이고 큰구름 잡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잡았었다. 이는 대단히 유효했지. 노무현은 기타치는 광고와 눈물 광고로 그야말로 인간적인, 그리고 서민적인 대통령 상을 만들었고, 이명박은 욕쟁이 할머니 광고(...)로 서민들에게 상당부분 어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호는 '새로운 대한민국'.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구호로 신선하게 어필했던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고, 이명박은 '실용주의',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 둘로 모든 구도를 '경제'로 몰고갔다. 대운하는 좀 부수적이었고. 둘 다 마니페스토보다는 마케팅을 한 셈인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 더 잘 먹히는 건 마케팅이지 마니페스토가 아니다. '짧은 순간에 많은 사람에게 어필해야' 뜰 수 있는 게 우리 정치판이니까.

언론얘기는 굳이 길게 안해도 될 것 같다. 정부가 직접 북한에 송금한 게 제로인 상황, 그리고 민수와 군수경제가 엄격히 갈린 북한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도저히 사실일 수 없는 '퍼주기'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실 사실인 것 마냥 박혀있는 걸 봐도, 모든 게임이 끝났다고 본다. 이는 끊임없이 조중동이 (고작 쌀 좀 보내주고, 거기에 보태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철도 좀 짓고, 공단 좀 지어준 것을) 퍼주기라고 하루에 몇 번씩 반복 인쇄해서 뿌렸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마지막으로 인물 얘기. 이게 좀 문제다. 정부 수립때도 좀 문제였지만, 그 이후는 더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의 '독재'를 탓하고 '경제'를 칭송하지만, 많이들 잊고 지내는 건 박정희가 우리 정치를 완전히 망쳐놨다는 거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온 게 사실이고. 경상도-전라도 지역감정의 원조가 박정희였고(이는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갑자기 군인이 청와대에 탱크 몰고와 '내가 짱이오' 하고 나라를 뒤엎었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말 그대로 별 다섯짜리 제왕으로 인식하게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덕분에 카리스마가 뛰어났다기보단 묵묵히 일하는 타입이었던 장면식 리더는 당분간, 아니 영원히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문제는 아마 내각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내각제로 전환한 후에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본다.

근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 이런... 나도 낚였구나.
여튼 내 말은, 대중 탓하며 국개론 국개론 하기 전에, 지금 한국의 시스템과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소리다. 그네들이 말하는 '국개'가 왜 국개가 됐겠나?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의 정치 풍토가 그런 사람들을 자연스레 만들었으니, 그런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