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 문제란다. 중요한 건 현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이지만, 사람들이 분노하는 그 대상은 바로 지금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항상 연쇄살인범에, 아동 성폭행범에 분노하지만 그 속에 숨은, 그런 사람들을 키운 환경과 사회에 분노하지 않는다. 스타가, 인기 높은 진행자가 1년에 출연료를 몇억씩 받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그들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으로 돌아가는 방송국의 상업적인 시스템에 분노하지 않는다.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 자신이 잘못한 건 생각보다 많다. 이 사회를 유지하는 구성원이 바로 우리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보기에 사람들 바로 앞에 보이는 현상이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인지, 우리는 깊은 곳을 보기 전에 다른 곳에 우리의 시선을 던져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편리하게,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