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도 되고 싶었고, 의사도 되고 싶었고, 과학자도 되고 싶었고, 결국에 내가 골랐던 건 과학하는 교수였었던 것 같다. 2005년 12월 15일 전까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과학을 할 거야. 난 이 학문만 죽어라고 팔 거야. 그래서 교수까지 할 거야.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꿈꾸는 건 예나 지금이나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교수를 하면 그걸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05년 12월 15일,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사람들에겐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겐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 넘겨줄 수 있는 게 교수의 한계였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교수의 가장 큰 특징이었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수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쳤던, 황우석이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황우석에게만 분노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내가 그 당시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했다고 생각했다. 12월 15일 전까지는 배아복제 자체가 다 거짓말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그냥 윤리적인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글을 썼다. 처음으로 악플이라는 걸 받아봤다. 화가 났다. 12월 15일이 지나고 나서, 내가 맞았지 하는 약간의 승리감과 함께, 그 사람들은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하고 생각했다. 답은 언론이었다. 인터넷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싶으면, 차라리 여러 방면에 대해 깊이 파고들 줄 아는, 통찰력을 지닌 기자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걸 못 하면, 사람들은 거짓 속에 살고 말 테니까. 특히, 인터넷이라는 놈은 좋은 말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퍼트리는 데에도 재능이 있으니까.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던, "나는 우리나라가 블로거에 의해 움직이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와 관계 없이, 뉴스는 통찰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걸러지고 또 걸러져야 한다. 편집돼야 한다. 지금 언론이 통찰력에 문제가 있고, 편집의 민주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렇다고 뉴스를 완전히 오픈한다고 언론이 한 단계 발전한다, 그건 틀린 말이다. 우리는 통찰력 있는 사람을 언론에 세워야 하고, 민주적인 언론 편집을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만 고치면 된다. 그러면 되는 거다.

그래서 난 지금 사람들이 상당히 걱정스럽다. 타블로 관련 얘기 말이다. 블로그를 통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넘쳐난다. 통찰력 따위는 없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서류를 들이대도 부족하다고 떠든다. 이러다 타블로가 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지못미, 지못미. 이러고 다닐 건가?

그네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타블로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뭐 그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쓴다고 볼 사람도, 믿을 사람도 아니지만, 타블로도 타블로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그네들이 믿고 있는 것 중 상당 부분이 거짓말이라는 걸, 유언비어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네들이 어떤 충격을 받을지 참 기대된다. 충격도 못 받는다면, 그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