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사생활이다 vs 국민의 알 권리이다"

기본적으로 전교조 (및 교총, 기타 교원노조) 명단 공개 논란의 논지는 이렇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노조에 가입을 했든 말든, 그것을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혹은 그런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어찌보면 참 간단한 논리들끼리 싸우는 모습이다. 알 권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내가 전교조라는 게 밝혀지는 게 부끄러워?" 물론, 얼토당토 않은 논리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성적 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취향이 밝혀지는 게 부끄러워서 커밍아웃을 대놓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항상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있다. 사람들은 대개, '하리수'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0.1초도 되지 않은 짧은 찰나에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기억해낸다. '홍석천'이라는 이름은 어떤가? 바로 '게이'라는 단어가 기억날 것이다. 하리수와 홍석천에게 자신이 각각 트랜스젠더, 그리고 게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다가올 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심어진 하리수와 홍석천의 아이덴티티는 90% 이상이 트랜스젠더, 게이와 같은 그들의 성적 취향이다. 일종의 낙인 효과다. 요새는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 같진 않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리수와 관련된 기사의 주어는 '연예인 하리수'가 아니라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였다. 낙인 효과란 그렇게 무서운 법이다.

밝혀지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학부모들, 특히 극성 학부모들의 시선이다. 선생님이 전교조라는 사실을 알 때와 모를 때는 이렇게 달라진다. 내 아이의 성적이 내려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전교조는 아니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아이에게서, 혹은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내려갔는데, 선생님이 무려 전교조네? 그렇다면 부모들은 아주 쉽게, '역시 전교조라 공부대신 다른 걸 많이 시켜서 그런가봐.'라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공부를 '빡세게' 시킨다는 이미지와는 영 동떨어져있는 전교조라는 단체의 이미지, 그리고 '우리 선생님은 전교조였지'라는 낙인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전교조 공개가 당신의 잘난 신념이다, 하면 아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한 단체 말려 죽이기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 문제라는 것을 그 잘난 의원님은 아셔야 한다. 전교조를 박살내는 게 당신의 목표였다면, 당신은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해야 할 거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포퓰리즘, 마녀사냥 그 자체다. 남의 신념을 박살낼만한 권리라는 것을 민주주의 사회는 당신같은 일개 사회 구성원 1인에게 쥐어주지 않는다. 당신은 틀렸다. 그건 이미 50년 전, 미국의 매카시가 증명해줬다. 아니, 이제부터의 역사가 증명해 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