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언젠가부터 KBS를 즐겨 본 기억이 없다. TV를 틀면 돌리는 채널은 대개 케이블이었고, 챙겨보는 방송은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정도가 전부다. 왜냐? 일단 재미가 없다. 내가 만족하며 볼 수 있는 방송이 별로 없다. KBS 뉴스 특유의 언제나 애매한 논조도 그닥 내 입맛에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내가 꼭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KBS에는 PD수첩도, 뉴스 후도, 100분 토론도 없다. 공영방송이면 마땅히 갖춰야 할 언론으로서의 비판 기능이 죽은지 오래다. 이병순의 KBS 장악 이후, KBS에는 미디어 전망대도, 시사투데이도 없었다. 반쪽자리 공영방송인 MBC가 이렇게 공영방송 역할을 잘 할 때, KBS는 우린 공영이 아니라 국영방송이라는 듯이, 프로파간다 머신이 되고 말았다.

오늘, 아니 어제, KBS가 이명박 캠프 출신의 김인규에게 넘어갔다. 더러운 세상이다. 내가 괜히 이명박을 진정한 의미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p.s. 신뢰도 1위 하던 정연주의 KBS가 그립다. 존경할만한 인물은 아닌 것 같지만, 적어도 그는 공영방송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알고 있었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