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에서 김구라의 방송을 보며 "세계 어느 나라 공영방송에서 청소년들이 보는 시간에 욕설이 나오느냐"며 한탄했다는데, 글쎄. 우선 청소년들의 대화의 절반 이상에 욕설이 섞여있는 실태 조사를 안 하는 불쌍한 모습은 둘째 쳐도, 미국 방송만 봐도 그 말이 안 나올텐데. 진성호씨는 대체 어느 행성에 사는 사람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정치인들이 다채로운 순간에 우주로 간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대체 어느 나라에 이런 일이 있나' 하고 반문했다 (그들이 그렇기 숭상하는) 미국의 예 하나로 우주의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집회/시위에 관한 것만 해도 그렇지 않았나. 대체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처럼 시위를 허용해 주냐고 물었다가, 미국과 프랑스(얘들은 무려 방화까지 하지 않나!)의 예에 바로 꼬리를 내리지 않았나. 분명히, 조금 조사만 하면 그게 아니란 걸 알만한 사안에서, 왜 그렇게 큰 소리를 칠까?

이유는 뻔하다. 그렇게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 바로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겨레 같은 신문은 이런 걸 당연히 부정적으로 보도하며 반례까지 친절하게 소개해주거나, 아예 소개하지 않겠지만, 그런 신문의 독자들은 그들이 노리는 지지층이 아니다. 결국 문제는 조중동이다. 이 신문들은 그걸 좋다고 받아쓰기 할 것이고, 이들의 발언을 파헤치며 일일이 반박하는 건 그 신문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들에겐 그런 '막말'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손해도 아니니, 일단 지르고 보는 게 아니겠는가.

김구라의 막말도 '일단 지르고 본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의 막말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의 지위는 오피니언 리더와 거리가 멀며, 그가 무슨 말을 한다고 그 말이 정책에 반영된다거나, 사람들이 그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말은 책임에서 자유롭고, 그의 말의 파급효과도 딱 거기까지다. 하지만 정치인의 막말은 이와 다르다. 정치인은 여론을 선동하고, 그 여론에 힘입어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를 믿고 따르게 만드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막말을 해서 쓰겠나. 진성호씨는 제발,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과연 막말로 퇴출당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