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만드는 디자인에 약간의 컨셉을 넣을 것이다. 이번엔 반듯하게 가자, 이번엔 어떤 라인을 살리자, 이번엔 이렇게 해보자 등. 이렇게 내가 만드는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하나둘씩 부여하다 보니, 멋지게 디자인된 작품을 볼 때마다 '아 여기서 디자이너가 원했던 컨셉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뒷면을 제외한) 디자인이 완전히 공개된 기아자동차의 K7이 로체 이노베이션과 앞모습에서 별다를 게 없다는 말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있는대로 힘주려고 노력한 디자인과, 날렵하게 하려고 군살을 뺀 디자인이 대체 어떻게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인가? 이건 그림이 표현하려는 내용이 전혀 다른데, 붓터치와 마무리가 비슷하다고 '이 두 그림은 비슷한 그림입니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