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rhapsodize 원본글 보기안녕하세요, ZF입니다. 저번주에도 앨범구매가 없던 관계로, 약속대로였다면 ZF선생의 락 이야기 2편이 저번주 일요일에 올라갔어야 했겠지만... 필자 개인 사정(?)으로 조금 미뤄지고 말았네요. 그럼, 지금부터 ZF선생의 락 이야기 2편으로, 락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겠습니다.
(일요일 수업이 펑크났다는 말에 즐거워하다, 이내 목요일 수업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좌절한 학생들. 오늘은 무슨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던 도중, ZF선생이 교실에 들어온다.)
락의 저항정신?
ZF : 안녕하세요. 두번째 수업 맞죠? 자... 지난주에 어디까지 나갔더라... 음. 정의까지 이야기하고 끝났군요. 두번째 시간이니만큼, 오늘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어요. 지난 시간에 한 이야기를 요약해보죠. 지난 시간, 저는 드럼-베이스가 만드는 비트가 강하고, 기타류가 주 멜로디를 이루는 음악을 락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말입니다, 이따금씩 들리는 단어가 있을 거에요. 예를 들면..
학생 1 : 밴드요?
ZF : 네. 밴드라던가... 아니면 저항정신, 이런 단어도 이따금씩 들으실 수 있었을 겁니다. 가령, 아래 글을 한번 보시죠.
그러나 록은 작곡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직업작곡가에서 록 뮤지션으로 바꿔놓았다. 주체의 대이동이었다. 이랬으니 작곡가들이 록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고 있을 리 없다. 1950년대 말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패욜라(payola) 스캔들, 이를테면 방송 프로듀서와 디스크자키들이 돈을 받고 음악을 틀어준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실은 로큰롤에 호의적인 방송국에 대해 직업작곡가들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터뜨린 공세였다.
이를 보더라도 록은 '내가 만들어 내가 부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록은 어떤 사운드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이다. 그 정신은 당연히 형식을 강요하는 제도권이나 과거의 가치를 신봉하는 기성세대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록의 '저항성'이 솟아오르게 되었다. 전쟁과 인종차별에 덤벼든 1960년대 히피들의 사이키델릭 록은 록의 저항성을 상징하고있다.
- Rock 1, 장르와 상식탐험, IZM
ZF :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락이라는 장르를 이야기할 때, 이른바 '저항정신'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한국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생각해봅시다. 신해철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산지에 있어서 팝, 특히 록은 1.노동자 중심 계급이 2.주로 낮에 3. 열린 공간에서 4. 여럿이 함께 5. 몸을 움직이며 듣는 패턴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학생이(가사가 영어라..) 2.수업 마친 밤에 3.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4 당연히 혼자 5.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메탈 명상 음악' 패턴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남대문 안 가본 사람이 남대문도 문이라 문턱이 있다고 우겨도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병폐를 낳았다.
- 2004년에 만난 90년대 평론(?),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아킬레스건
ZF : 재미있는 언급이지요. 옳은 언급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락의 포지션은 "1.학생이(가사가 영어라..) 2.수업 마친 밤에 3.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4 당연히 혼자 5.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음악이고, 학생층에 있어서 락의 인기는 절대적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팀블로그 <위 랩소다이즈>에도 참여하고 있는 블로거 치류씨는 "락은 메인스트림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말은 학생층에서는 진리와도 같습니다. 왜냐, 락은 "학생이 수업 마친 밤에 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당연히 혼자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말인지, 한국에서는 락이라는 음악과 저항정신이 많이 맞닿아있지 않습니다. 까놓고 이야기해봅시다. 학생들, 성실합니까? 대중도 성실하지 않은데, 학생들이 성실해서 인디 음악에 열심히 관심 가지고, 그러겠습니까. 그래서, 학생들은 보통 전파를 타는 음악, 혹은 어디선가 알려진 음악을 듣게 되지요. 이렇다보니,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락 음악 가사들, 뻔해집니다. 라디오가 락을 '가르쳐주던' 옛날과는 전혀 다른 지금, 락이 방송에 나오려면 뭘 해야겠습니까? 방송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지요. 멜로디 뚜렷하고, 가사는 무난하게 사랑노래. 떠오르는 밴드들 있지요? 굳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아 물론, 신해철과 서태지, 그리고 패닉 등이 이야기한 일종의 반항, 그런 거, 물론 저항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90년대 얘기고,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죠? 음 그럼 인디는 무엇이냐, 이게 또 문제입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모든 뮤지션을 인디 뮤지션이라 하는데, 락도 발라드틱하거나 대중적이지 않으면 방송에서 틀어주질 않으니, 심지어 댄스하는 사람들도 인디에 들어갑니다. 얼굴이 안 되면 말이죠. 그런 게 인디인데, 사람들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디는 빡세, 시끄러워, 이렇게들 생각하지요. 이런 인식은 일종의 장벽이 되어 인디쪽에 '돈'이 풀리는 걸 가로막곤 합니다. 결과는? 어쩌겠습니까. 투잡 해야죠. 그래서, 인디 뮤지션들 대부분 투잡 합니다.
저항이냐 예술이냐
그렇다면, 그렇다면. 신해철씨가 언급한 원산지, 즉 영국과 미국은 어떨까요. 락은 대개 1950년대에 탄생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로큰롤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신호에 의해 증폭된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한 게 그때이고, 그때의 아티스트는 주로 솔로였습니다.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 이런 사람들이 데뷔한게 50년대 중반입니다. 그때 이 사람들, 자기 이름 걸고 나왔습니다. 그러다 터진 게 뭘까요.
비틀즈입니다. 비틀즈가 누구냐, 영국 리버풀 출신의 4인조 락 밴드입니다. 리버풀이 어디냐, 노동자 도시죠. 그럼 비틀즈는 뭐하는 사람들이었냐, 뭐겠어요. 노동 계층의 아들들이죠. 한마디로, 락은 애시당초 (사회학적으로)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하고 듣던 음악이다, 이말씀입니다.
그런데, 참 재밌는게, 이런 인식의 틀을 깨부수기 시작한 것도 비틀즈라는 겁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 는 음반이 있습니다. 위대한 음반입니다. 이게 어떤 음반이냐고 물으신다면, 사이키델릭과 (이른바) 예술이 만난 음악이라고 하겠습니다. 존 레넌의, 마약에 취한 듯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와 폴 매카트니가 만들어, 클래식을 듣던 사람들이 "비틀즈는 현대의 슈베르트'라고 칭송할 정도로 아름다운 <She's Leaving Home>이 같이 있는 앨범이 이 앨범입니다.
폴 매카트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봅시다. 폴 매카트니가 어떤 음악을 만들었습니까? 대부분 사랑입니다. 혹시 폴 매카트니 & Wings의 <Silly Love Songs>를 아시는지요. 저도 들어보진 못했는데, 가사가 이렇습니다.
You'd think that people would have had enough of silly love songs.
But I look around me and I see it isn't so.
Some people wanna fill the world with silly love songs.
And what's wrong with that?
I'd like to know, 'cause here I go again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그러니까, 대충 이런 이야기 아닙니까. '어리석은 사랑 노래'가 충분히 많다고들 하지만, 폴 매카트니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사람은 되려 '어리석은' 사랑 노래로 세상을 채우는 게 잘못된 게 하나도 없다며, 끝까지 사랑 노래를 만든다고 하는 거 말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랬던 사람입니다. 사랑 노래, 예술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이 사람의 음악을 '락'이라고 분류하곤 합니다. 왜냐, 음악의 토대가 락이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저항정신 없는 사랑노래도, 결국에는 락이 된다는 거지요.
여러분이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장르 이야기 좀 합시다. 락의 수많은 세부장르 중에, 펑크란 게 있고, 얼터너티브라는 게 있고, 하드코어라는 게 있습니다. 이쪽 음악, 빡셉니다. 가사,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세상에 타협 못한다는 듯한 이야기로 가득차있습니다. 그 반대로,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가 있고, 아트 락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쪽 음악? 어떻겠습니까. 훨씬 부드럽습니다. 가사, 물론 사회비판을 하는 핑크 플로이드도 있지만, 신화 등을 표현하는 밴드도 널렸습니다. 신화나 영웅의 무용담이 가사인데, 저항정신이라. 설마!
어이구,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네요. 이런 말 저런 말 계속 늘어놓은 거 같은데, 대충 제가 오늘 하고싶었던 말은 이겁니다. 락은 그 범위가 매우 넓은 음악입니다. 뭐라 정의하긴 힘들고, 그냥 사운드적인 접근이라던가, 그 자신의 자의식, 이정도로 대충 "아, 얘들 락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는 거죠. 다음주 일요일에도 수업이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시간부터는 락의 역사를 천천히 되짚어보도록 하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