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2년...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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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그런 게 있다. 2년 전. 2년전의 그 일. 난 그걸 기억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난 그 이야기를 꽤 많이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가슴 속의 상처, 그걸.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내 안의 마조히즘. 그런 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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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되간다. 망가져가는 MP3 플레이어를 보며 떠올렸다. 조그가 잘 먹지 않는다. 그래도 그 MP3 플레이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내겐, 마지막의 이미지로 남겨져 있으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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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분이 내게 남긴 건 너무나도 많다. 그 이후에 내게 준 선물도 많을 거다. 하지만 난 그걸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왜인진 모르겠다만. 그래도. 난 그게 마지막이라 기억한다. 어머니. 마지막 선물. MP3 플레이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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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마지막. 사고였다. 교통사고. 추석날이었다. 할머니가 잠드신 그곳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할머니가 외로우셨던 걸까. 할머니는 할머니에게 가장 잘 대해준, 나의 어머니가 보고싶던 것이었을까. 사고. 그것도 끔찍한 사고였다. 뉴스에도 나왔었다. 그 차를 모셨던, 경찰 일을 하시며 오토바이를 타시던, 그 후에도 소형차를 타시던 할아버지에겐 SUV 차량은 익숙하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뉴스에 수없이 등장했을 최모씨 중 하나로 남게 되었고, 어머니는 신모씨로, 그리고 작은어머니는 손모씨로 남고 말았다.br /
그 뉴스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할아버지의 차. 다리 밑으로 떨어져 심하게 일그러진 그 차. 그걸 굳이 찍어서 방송한 화면을 난 보지 말아야 했다. 난 절규했다. 절규했었다. 쉼없이 울었고, 제 풀에 지쳐 잠들었다. 장례식은, 길었다. 그리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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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2년 되간다. 추석이었으니까. 9월 28일. 난 아직 그 날짜를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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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울었다. 그땐 너무도 힘들었다. 그 때, 날 찾아와준 친구 K군. 그 친구가 너무도 고마웠다. 그땐, 내 나이는 너무 어정쩡했다. 죽음이라는 걸 알만한 나이었지만 어렸다. 열다섯. 내 열다섯은 그렇게 기억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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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애써 태연해진 척하느라 애를 썼다. 며칠 쉬고 간 학교. 아마 나는 웃는 모습으로 등교했을 거다. 난 그때 담임선생님이 너무도 고마웠다. 아직 찾아뵙지 못하는 게 너무 죄송스러울 정도로. 선생님께서 내게 전해주신 노트. 거기에는 내 친구들이 소식을 듣고 내게 쓴 편지가 붙어있었다. 날 위해 그런 걸 준비해줬다는 게 너무도 고마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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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편지, 그때 그 사람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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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났다. 나는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고, 너무나도 평온하다고 믿었다. 그게 아니었다. 고민이 밀려온다. 앞날이 두렵다. 내 능력을 믿지 못하겠고, 내 미래를 모르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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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a.i.를 봤다. 케이블 TV에서 실컷 틀어주더라. 그냥 봤다. 그리고 눈물이 나왔다. 한동안 아껴둔 눈물. 그게 나와버렸다. 이전에도 멜로물을 보고 눈물 흘리던 나였다. 하지만 겨우 한달만에 닥쳐온, 또다른, 할아버지의 죽음에는 그저 ‘머엉’하는 느낌과 함께, 애써 태연해하던 나였다. 그랬던 나였다.br /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국, 나의 ‘약점’은 변한 게 없었다. 어머니라는 것, 늘상 마음에 걸리던 그것, 그리고 눈물흘리게 하는 그것. 변한 게 없었다. 단 하루밖에 ‘엄마’ 모니카를 볼 수 없는 데이빗을 보며, 그 하루조차 잃어버린 나를 봤다. 결국, 그 장면은 몇번 봐도 날 눈물흘리게 하는 장면이 돼버렸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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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변한 건, 결국 없었다. 난 아직도 어리다. 그저 ‘애’일 뿐이다. 성숙. 난 내가 성숙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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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마지막 모습, 기억하기 싫다. 기억하자니 가슴아프다. 하지만, 기억하기 싫은 무언가가 항상 그렇듯, 잊혀지지도 않는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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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거다. 그래서, 난 아직 2004년의, 눈물 짓던 그 아이다. 영원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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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time @ 2006/08/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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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많은 이 세상도
-정호승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 보아라.
첫눈 내리는 새벽 눈길 걸을 것이니
지난 가을 낙엽 줍던 소년과 함께
눈길마다 눈사람을 세울 것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 보아라.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나러 돌아올 것이니
살아갈수록 잠마저 오지 않는 그대에게
평등의 눈물들을 보여 주면서
슬픔으로 슬픔을 잊게 할 것이니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말고
부질없이 봄밤의 기쁨을 서두르지 말고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살아보아라.
슬픔 많은 사람끼리 살아가며는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아름다워라.-

ZF. @ 2006/09/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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