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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글 2개

급한 불 끄기

2008/10/03 22:52, 글쓴이 mindFULL

1.
나는 아직도 이른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급한 불 끄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떄문이다. 이름이나 닉네임에 개인의 인격이 얼마나 담겨있을까. 보통 사람들에게 ‘나는 오프라인에서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란 설명이 담게 하지 않는 한 댓글의 수위는 절대 조절되지 않을 거다. (물론 ‘이름 석 자 걸고’란 게 크게 마음에 와닿는 사람에게는 큰 효과를 주겠지만, 어차피 댓글은 악성 댓글을 다는 몇 명이 주도해 전체를 흐리는 거 아니겠는가?)

그럼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아무런 효과도 없는 거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해야겠다. 단지 그게 나중에 악플러를 경찰에서 잡아갈 때 본인임을 입증하는 장치만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어반복. 이거, 급한 불 끄기다.

2.
인터넷은 특별하고 대단한 공간이에요? 여러분, 그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인터넷은 단지 가식과 체면을 한꺼풀 벗어던진 사람들이 모인 곳일 뿐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루머와 악플 생산을 멈출까? 답은 간단하다. 글 쓰는 이가 뭘 하는 지를 보여주면 된다. 근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같은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간단하게 실현 가능한 방법이 없다.

3.
그러는 사이에 최진실씨마저 자살을 택했다. 포털은 댓글을 닫았지만, 그 악플은 고스란히 블로거 뉴스로 옮겨갔다. 무서운 세상이다. 악플 다는 이는 자신이 오늘 단 악플이 누군가의 가슴을 찢어놓고, 생명을 끊게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다. 자신이 오늘 단 악플이 훗날 자신이 댓글 다는 걸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건 더더욱 생각하지 못할 거다. 나쁜 세상이다.

2008/10/03 22:52 2008/10/03 22:52

이 블로그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악법을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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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2008/09/29 20:58, 글쓴이 mindFULL

내가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 동문만이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 사이트의 초기 성격은 '동문 커뮤니티'. 아마 처음 그 사이트를 설계한 사람, 그리고 만들어지는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그 사이트를 '선배부터 후배까지 수많은 동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트는 애석하게도(?) 동문 커뮤니티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담고 있었다. 주제별 게시판만 있던 게 아니라, 회원 한명 한명이 개인별, 모임별 게시판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구조. 거기에 사용자가 선택한 게시판의 새 글을 알아서 모아 보여주는 즐겨찾기 시스템까지. 말이 게시판과 즐겨찾기지, 사실상 블로그-팀블로그와 RSS 리더 시스템을 구현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시간이 흘렀고,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런저런 통로로 블로그라는 새로운 틀을 마음껏 접할 수 있었던 새로운 세대는 학교의 신입생이 되어 그 사이트에 하나둘씩 정착하기 시작했고, 그 세대는 그 사이트의 개인별 게시판을 블로그의 문법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올라갈 법한 일상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채워졌고, 제각기 다른 이유로 그 글들은 일정 수의 추천을 받아 웹사이트의 메인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고등학생, 아니 학생이라면 거의 누구나 다 해봤을 '선생님 뒷담화'가 친구들만 보는 곳에서 올라올 수 있을 법한 '격한 표현'과 함께 대문에 올라간 것이다. 당연히 그 글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글을 쓴 후배는 그 글이 대문에 올라갈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어쨌든 그 글이 '격한 표현' 그대로 대문에 올라갔으니 말이다. 사이트의 시작을 체험한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개념없는 신입생들이 선배들이 보는 이 사이트를 아직 모른다."라고. 그 글은 일종의 '떡밥'이 되어 여러 동문들끼리 말싸움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흐지부지된 듯하다.

한동안 그 사이트에 들어가질 않고 있는 관계로, 여러 친구들에게 대충 들은 정황을 옮겨봤다. 난 이 사건을 전해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이트를 아직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는 그 많은 선배들은 정말 그 사이트라는 '매체'를 너무 좁게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나는 매체라는 건 누군가에 의해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 전달의 기능이 거의 사그라들고 DJ와 청취자가 소통하는 공간이 된 라디오의 예를 들지 않아도, 어떤 매체가 시대와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역할을 바꾼 예는 무수히 많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블로그라는 새로운 매체가 널리 퍼진 지금 상황에서 더이상 이 '필화 사건(?)'은 선배가 보는 곳에서의 예의를 들먹거리며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예전에도 그 사이트에서는 대문에 올라오는 글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친구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추천을 주어 대문에 글을 올리는 등, 대문을 (주로) 재학생들이 너무 쉽게 본다"는 거였다. 여기서도 가장 주된 의견은 "까마득한 선배도 보는 곳인데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거였는데, 나는 이 문제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인터넷, 그리고 커뮤니티는 어떠한 의미일까? 의미라곤 전혀 찾을 수 없었지만, 단지 중독성과 재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던 빠삐놈 열풍을 생각해 보자. 인터넷은 단순한 만남의 장의 차원을 넘어서, 이미 거대한 유희의 장의 기능을 떠맡고 있다. 그게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이런 현상은 상당히 오랫동안 보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그 사이트의 이용자가 '까마득한 선배도 보는 곳인데...' 정도의 고지식한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일까? 받아들인다 해도 그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을 거다.

이러한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시스템적인 부분을 손보는 게 낫다. 전자와 같은 부분은 글별로 추천 허용 여부를 체크할 수 있게 해 글쓴이가 적절히 표현의 강도 수준에서의 자기검열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대문을 두 개로 분할해 한쪽은 정보성이나 생각해볼만한 글, 한쪽은 유머러스한 글을 배치할 수 있게 한 다음, 글을 추천할 때 해당 영역별을 구분해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봄직하다 본다. 매체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낳는 부작용을 줄이는 가장 쉽고 좋은 법은 매체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주지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008/09/29 20:58 2008/09/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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