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나 사람 등이 "자랑스런 한국 XX"라 칭송받을 때마다 나는 의심을 한 번 하는 편이다. 자랑스럽다는 건 남에게 드러내어 뽐낼 만한 데가 있다는 뜻인데, 애써 점잔을 떨려는 게 아니라, 그런 영화나 사람 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그것들과 나를 연관시킬 고리가 오직 국적밖에 없다면 그것들이 나의 가치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어떤 것을 디자인했을 때, 그것을 남에게 자랑한다고 하자. 그 작품은 내 능력을 어느 정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디테일을 살펴보면 내가 어느 면에 주안점을 두는 편인지 알 수 있게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만든 어떠한 작품을 남에게 자랑한다는 건 나의 능력과 가치를 자랑한다는 것이며, 여기서 그 자랑이라는 행동은 나 자신을 뽐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해볼 만한 자랑인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국 사람이나, 한국 영화를 외국인에게 자랑해본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외국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사람, 그 영화 참 멋지네요.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일 거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일 지도 모른다. "근데 그게 대체 당신이랑 어떤 관련이 있나요?"
물론, 이러한 자랑이라는 행동이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효과에서 의문이 들긴 하지만,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게 다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는 당신의 성향과 가치를 말해주지 않는다. 만약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의 성향과 가치를 말해준다면, 아마 4800만명은 모두 같은 성향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그런가? 그럼 대체 이 나라에선 왜 좌빨이다 수구꼴통이다 이러며 그렇게 싸우고들 앉아 있는 걸까? 같은 가치를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차별이 우리를 조이는 걸까?
한국 사회가 아직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필요 이상으로 물들어 있다는 건 논할 가치가 없을 만큼 당연한 사실이지만, 여기에 덧붙여 우리는 아직 자신의 '조건'으로 자신을 소개하려는 데 지나치게 익숙한 건 아닐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단지 다니는 회사와 직책만 적혀있는 게 전부인 경우가 대다수인) 명함을 건네주는 것으로 대신하는 우리 문화는 아직 우리가 자신의 가치보다 자신의 조건을 더 뽐내려는 데에 익숙할 뿐임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국가를 뽐내주려 애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