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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글 9개

조금 차가워져도 괜찮습니다

2008/04/30 13:59, 글쓴이 mindFULL

여기, 너무나 확고한 사실이 있습니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시위를 했다는 것, 그런데 그 시위가 상당히 폭력적이었다는 것, 중국 대사관측에서 '돈 주고 고용'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것, 티베트에선 독립은커녕, 자유와 자치마저 먼 이야기라는 것,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광풍이 불고 있어, 단지 티베트 승려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코카콜라 광고도, 까르푸도 '티베트 지지'라는 딱지가 붙어 '불매 운동'까지 일어날 정도이며, 온라인에선 '애국의 물결'이 눈살 찌푸릴 정도로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욕' 나옵니다. 대체 얼마나 세뇌 당했으면, '성화 봉송 지지 시위'란 타이틀 달고 티베트 난민이나 티베트 지지 시민단체를 폭행하고, 돌 던지고, '스패너'까지 던지나,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당연히 없어야 할 폭력이었고, 당연히 지탄받아야 할 폭력입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론, 큰 길가와 경기장 주변의 빈민층 거주지를 모두 헐값의 보상금만 주고 철거해버린 사람들이 'Humanistic Olympic(인도주의적인 올림픽)'이란 슬로건 거는 거 역겹다고 생각하고, 이번 올림픽을 보지 말자고 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럼 뭐하나,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다고.'

이 사건의 본질이 폭력사태였나요? "중국 놈들이 '우리나라'를 얕본 거"인가요? 에이, 그러지 맙시다. 조금만 차갑게 생각해봅시다. 이 사건의 본질, 절대 폭력 사태 그 자체가 아닙니다. 어찌됐든 이 사건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티베트를 둘러싼 중국의 국가주의, 중화사상이 빚어낸 폭력이지, 폭력 자체가 그 본질은 절대 아닙니다. 얕봤다고요? 글쎄요. 얕봤다기보다는 자존심의 표출이고, 평소 중국인을 '짱꼴라'라 욕하고, 중국은 짝퉁이나 만드는 나라라며 무시해오던 우리의 모습(전 세계에서 한 세력 쥐고 있는 화교가 유일하게 세력을 멸시 받고, 세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죠.)을 생각해보면 그건 얕봤다는 것보단 '너네 재수없어' 정도가 표출된 거, 그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이란 나라, 시위 문화가 평화적으로 정착된 나라도 아니고 , 언론과 미디어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나라1입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말, 그들에겐 어렸을 때부터 듣고, 듣고, 또 들어서 마치 세뇌되듯 머리에 각인돼버린 말입니다. 이쯤에서, 조금만 더 냉정하게 우리를 돌아봅시다. 우리는 어떤가요?

시위 문화, 폭력적인 면을 많이 제거하긴 했죠. 폭력성과 '결별'하지는 못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방화, 스패너 투척과 같은 행동은 안 한다고 자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언론과 미디어, 자본에 많이 휘둘리긴 하지만 그래도 엄격한 통제는 하지 않는다고 자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들은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자위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애국주의는 어떻습니까? 식민지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요, 이걸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다 보니,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냈다고 하기엔 한참 남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묻겠습니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한국인'도 아니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이란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건 둘째 치더라도, 단일민족국가라는, 이제는 말이 될래야 될 수 없는 개념을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단일민족국가를 설명하던 <도덕> 교과서에도 '국제화 시대'란 말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국제화 시대', '세계와의 늘어가는 교류'란 게 단일민족국가에서 가능한 거죠? 이주노동자도 늘어나고, 이주노동자 2세들의 인권 문제도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단일민족국가에서는 불가능 한 것 아닙니까?)

묻겠습니다. 당신은 개인의 신념에 따랐다기 보다는, 단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된 습관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하고 있지 않습니까? (개정되기 전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몸과 마음까지' 국가에 바치지 않았습니까? 물론 지금도 '충성'이라는, 논란이 될만한 단어와 가슴에 손을 얹는 의식은 여전하지만 말입니다.)

묻겠습니다. 이 민족주의라는 게 변질되다 못해, '동남아인 < 중국인, 일본인 < 한국인 < 백인(흑인차별은 "미국에서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만 물론 징그럽게 보거나 경박하다고 보는 건 여전하지요?)'이라는 인종차별주의의 변종 수준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왜 동남아의 엘리트는 한국에 오면 이주노동자 취급을 받고, 백인은 오기만 하면 영어 강사로 인기일까요?)

묻겠습니다. 이렇게 병폐가 많은데도 '우리 민족주의는 저항에서 온 민족주의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는 다르다'는 변명거리도 되지 않는 변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민족주의 자체가 힘을 잃은 나라는 많고, 그런 나라들의 민족주의는 대개 정치적으로 터무니없이 바르지 않은 민족주의여서 그 나라 안에서도 배척당하는 게 주류입니다만, 서구에 대한 저항이나 반발로 민족주의가 형성된 나라는 대개 그렇지 않죠. 한국이나 중국이 그 대표적인 예고, 일본은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미흡했고요.)

뜨거운 민족애라, 글쎄요. 조금 차가워져도 괜찮습니다. 사실 한국에서의 '민족애'는 '짝퉁 민족애'에 가깝기도 하고(재일조선인 앞에 '조총련계(그저 총련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꼭 조총련이라고 부르더군요…)'란 말 하나만 붙이면 바로 싸늘하게 식지 않습니까.), 민족이라는 건 정의하기 나름일 뿐(대체 어디까지를 한 민족으로 봐야 할 지, 누가 압니까. 결국 민족의 정의라는 것은, 그게 유행하던 19세기 당시의 민족국가 개념에 몇 가지 통념, 예를 들면 유대인과 같은 부분만을 더해 이루어진, 급조된 정의일 뿐 아닐까요?)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뜨거운 민족애'라기보단 '따뜻한 인류애', 혹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사랑' 아닐까요.

조금만 더 차가워져도 괜찮습니다. 활활 타는 민족주의로 서로 열 내며 싸우는 것보단, 약자도 끌어안는 자유, 평등의 가치를 '받은 열 조금 식히고' 차분히 생각해보는 것, 어떻습니까?

주.
  1. 그 예로, 중국의 악명 높은 영화 상영 검열은 유명하죠. 특히 '서방', 즉 헐리우드에서 중국을 조금이라도 다룬 영화들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중국이 부정적으로 묘사된다면 상영 불가입니다. 등급도 상영가능/불가 딱 둘밖에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적인 장면 꼬투리 잡아 상영 불가 만들어버립니다. 중국 액션 영화, 유난히 피 안 튀기는 이유가 그겁니다. 어차피 주석이니, 몇 가지 이야기 더 하겠습니다. <색,계>의 여주연인 탕웨이, 그 영화의 내용이 중국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나, 여하튼 그 비스무리한 이유로 중국 방송에 나오지도 못합니다. 남주연인 양조위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색,계>는 어찌됐든 중국 내 상영이 허가되었는데 말입니다! 단지 연기만 했을 뿐인데!
2008/04/30 13:59 2008/04/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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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he nation

2008/04/30 00:22, 글쓴이 mindFULL
일부 중국 유학생들을 보고 흥분하는 사람들, 대체 뭘 배우고 있나 싶다. 고작 한다는 말이, 국외로 추방시켜야 한다는 말 뿐이니...

민족주의는 이래서 위험하다, 가장 부드럽게 다듬고 다듬어도 위험할 수 있는 게 민족주의다, 그저 이렇게만 말하고 싶다. 중국인들의 경우는 예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들이 자랑하는 '공격'으로의 민족주의가 아닌 '저항'으로의 민족주의(이제 대체 어디에 저항하나 싶지만...)를 한다는 사람들이 쏟아낸다는 말, 국외추방 운운하는 사람들이 그 증거가 되고있지 않은가.


꼬랑지. 요새는 차분하게 뉴스 전달하는 것도 죄가 되는 모양인데, 그렇게 똑같은 놈들이 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책임은 아무도 안 지겠죠.

* 현재, 보다 살을 많이 붙이고 다듬은 글을 작성중에 있습니다.
2008/04/30 00:22 2008/04/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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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2008/04/23 21:24, 글쓴이 mindFULL

오늘도 절실히.
도덕 교육의 파시즘.
홀로주체성, 서로주체성.

당신들이 만든 성역.
but remember, everything's questionable.

2008/04/23 21:24 2008/04/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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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기술이냐

2008/04/18 18:11, 글쓴이 mindFULL

1.
고대에, 인체 비례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까이는' 시대가 있었다.
우미라는 게 있다. 그게 뭐냐 하면, 정확한 비례는 오히려 딱딱해만 보이므로, 시적 만족을 위해선 비례에서 약간 어긋나게 만드는 게 낫다는 거다. 그리고 요새, 대체 누가 비례 하나만 꼬투리 잡아서 '까나'?

2.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쓰며, 시를 써야하는 법칙을 이야기하며, 시가 기술적으로 만들어지는 문학이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 시문학을 생각해보면, 아 참 옛 생각이구나, 그런 생각만 들겠지.

3.
그리고 지금, 일부 힙합 매니아들은 오로지 '라임'과 '플로우'만을 힙합 음악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다.
글쎄, 그렇게 라임과 플로우만 잘 짜맞춰 만들 수 있는 게 힙합 음악이라면, 글쎄, 힙합 음악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앙상한 골격밖에 보이지 않을 거 같은데.

2008/04/18 18:11 2008/04/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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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08/04/15 16:38, 글쓴이 mindFULL

1.
요새 글이 좀 뜸하죠? ... 진작하셨겠지만, 시험이 코앞이랍니다. 그것도 고3의 (...)
4월 23일부터 시험기간인데, 공교롭게도 2년 연속으로 생일날부터 시험이 시작되는 관계로-_-;; 올해에도 생일선물로 시험지를 받아야 하게 생겼어요.

2.
그래서, 글이 좀 뜸합니다.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전 이상하게 글을 안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온갖 글감이 머리에 휘도는 관계로; 글은 쓰지만 거의 안 올라오는, 그런 패턴이 거의 습관화되어있달까요.

3.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올리기로 한 <ZF선생의 락 이야기> 3/4편이 아직도 안 올라오고 있죠? ... 아무래도 5월까지 기다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주와 다음주에는 락 이야기가 아니라, 앨범단평이 대기중이라는 소문이;;; (원래는 락 이야기가 땜빵으로 들어가는 건데, 어찌 뉘앙스가 이상하군요;;;)

2008/04/15 16:38 2008/04/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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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reality

2008/04/09 20:00, 글쓴이 mindFULL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당신들이 만드셨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뭐라 말하실 수 있습니까?

그냥 자동차도 아니고, 스포츠카에 달린 모든 브레이크와 안전장치를 여러분 스스로 떼고 마셨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뭐라 말하실 수 있습니까?

P.S. 너는 투표 했냐구요, 아뇨. 안했습니다. 90년생에게는 투표권이 없거든요. 하하하...
2008/04/09 20:00 2008/04/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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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2008/04/04 20:38, 글쓴이 mindFULL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원래 마음 속에 작은 날개가 있어, 마음만이라도 세상 어디든 훨훨 날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수많은 이들이 그저 날아가다보니,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날개를 스스로 잘라야만 다른 이를 깊게 살피지 않고도 부딪히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날개를 스스로 잘랐고, 날개를 자른이는 날개를 자르지 않고 날아다니는 마음을 지닌 이에게 돌을 던지며, 우리 모두에게서 그렇게 날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날개가 사라져 날지 못하는 마음이 땅에 점점 많아지자, 땅은 포화상태에 이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국, 거대한 고체가 되어,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2008/04/04 20:38 2008/04/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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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2

2008/04/02 22:06, 글쓴이 mindFULL
1.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하지 못한 채, 그저 굴복의 길을 걷다가도, 그저 분위기에 휩쓸린채, 분노하지 않아야 할 때 분노하며 잔인한 마녀사냥의 칼을 꺼내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불의에 대한 분노일까, 아니면 단편적인 증오일까. 오랜 시간이 흘러, 감정을 삭히고 난 후의 그들은 뭐라 말할까. "나는 불의에게 분노했어"일까, "나는 단지 뚜껑이 열린 채로 폭발했을 뿐이야"일까. 그들은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지난 날들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내 가슴을 내 스스로가 후벼파는 느낌만이 그 대답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사에 달린 악플을 읽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만 든다. 일종의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셈인데도,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 이게 바로, 정신이 성숙을 마쳤을 나이를 훌쩍 넘은, 멀쩡한 사람들마저 악플을 남기는 이유다. 체면을 지킬 이유가 없으므로, 그들은 그들이 평소, 대인관계나 사회적 위치에 희생했던 날것의 목소리를 그저 '배출'한다. 마치 술에 취한 채 길거리에 주저앉아, 이성의 흐름을 잃어버린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야 이 개XX야!"라 외치는 것처럼, 그들은 그저 외쳐댈 뿐이다. 외쳐대고 싶었을 뿐이니, 들으려는 마음은 없다고 봐야겠지.

여기에 실명제가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반례마저 있다. 실명제 사이트인 싸이월드에 악플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 나는 들은 적이 없다.
2008/04/02 22:06 2008/04/0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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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F선생의 락 이야기 ② - 락이란?(2)

2008/04/02 21:26, 글쓴이 mindFULL
we rhapsodize 원본글 보기

안녕하세요, ZF입니다. 저번주에도 앨범구매가 없던 관계로, 약속대로였다면 ZF선생의 락 이야기 2편이 저번주 일요일에 올라갔어야 했겠지만... 필자 개인 사정(?)으로 조금 미뤄지고 말았네요. 그럼, 지금부터 ZF선생의 락 이야기 2편으로, 락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겠습니다.

(일요일 수업이 펑크났다는 말에 즐거워하다, 이내 목요일 수업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좌절한 학생들. 오늘은 무슨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던 도중, ZF선생이 교실에 들어온다.)


락의 저항정신?

ZF : 안녕하세요. 두번째 수업 맞죠? 자... 지난주에 어디까지 나갔더라... 음. 정의까지 이야기하고 끝났군요. 두번째 시간이니만큼, 오늘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어요. 지난 시간에 한 이야기를 요약해보죠. 지난 시간, 저는 드럼-베이스가 만드는 비트가 강하고, 기타류가 주 멜로디를 이루는 음악을 락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말입니다, 이따금씩 들리는 단어가 있을 거에요. 예를 들면..

학생 1 : 밴드요?

ZF : 네. 밴드라던가... 아니면 저항정신, 이런 단어도 이따금씩 들으실 수 있었을 겁니다. 가령, 아래 글을 한번 보시죠.

그러나 록은 작곡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직업작곡가에서 록 뮤지션으로 바꿔놓았다. 주체의 대이동이었다. 이랬으니 작곡가들이 록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고 있을 리 없다. 1950년대 말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패욜라(payola) 스캔들, 이를테면 방송 프로듀서와 디스크자키들이 돈을 받고 음악을 틀어준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실은 로큰롤에 호의적인 방송국에 대해 직업작곡가들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터뜨린 공세였다.

이를 보더라도 록은 '내가 만들어 내가 부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록은 어떤 사운드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이다. 그 정신은 당연히 형식을 강요하는 제도권이나 과거의 가치를 신봉하는 기성세대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록의 '저항성'이 솟아오르게 되었다. 전쟁과 인종차별에 덤벼든 1960년대 히피들의 사이키델릭 록은 록의 저항성을 상징하고있다.

- Rock 1, 장르와 상식탐험, IZM


ZF :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락이라는 장르를 이야기할 때, 이른바 '저항정신'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한국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생각해봅시다. 신해철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산지에 있어서 팝, 특히 록은 1.노동자 중심 계급이 2.주로 낮에 3. 열린 공간에서 4. 여럿이 함께 5. 몸을 움직이며 듣는 패턴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학생이(가사가 영어라..) 2.수업 마친 밤에 3.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4 당연히 혼자 5.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메탈 명상 음악' 패턴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남대문 안 가본 사람이 남대문도 문이라 문턱이 있다고 우겨도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병폐를 낳았다.

- 2004년에 만난 90년대 평론(?),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아킬레스건


ZF :
재미있는 언급이지요. 옳은 언급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락의 포지션은 "1.학생이(가사가 영어라..) 2.수업 마친 밤에 3.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4 당연히 혼자 5.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음악이고, 학생층에 있어서 락의 인기는 절대적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팀블로그 <위 랩소다이즈>에도 참여하고 있는 블로거 치류씨는 "락은 메인스트림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말은 학생층에서는 진리와도 같습니다. 왜냐, 락은 "학생이 수업 마친 밤에 워크맨과 헤드폰으로 자신을 가두고 당연히 혼자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듣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말인지, 한국에서는 락이라는 음악과 저항정신이 많이 맞닿아있지 않습니다. 까놓고 이야기해봅시다. 학생들, 성실합니까? 대중도 성실하지 않은데, 학생들이 성실해서 인디 음악에 열심히 관심 가지고, 그러겠습니까. 그래서, 학생들은 보통 전파를 타는 음악, 혹은 어디선가 알려진 음악을 듣게 되지요. 이렇다보니,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락 음악 가사들, 뻔해집니다. 라디오가 락을 '가르쳐주던' 옛날과는 전혀 다른 지금, 락이 방송에 나오려면 뭘 해야겠습니까? 방송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지요. 멜로디 뚜렷하고, 가사는 무난하게 사랑노래. 떠오르는 밴드들 있지요? 굳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아 물론, 신해철과 서태지, 그리고 패닉 등이 이야기한 일종의 반항, 그런 거, 물론 저항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90년대 얘기고,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죠? 음 그럼 인디는 무엇이냐, 이게 또 문제입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모든 뮤지션을 인디 뮤지션이라 하는데, 락도 발라드틱하거나 대중적이지 않으면 방송에서 틀어주질 않으니, 심지어 댄스하는 사람들도 인디에 들어갑니다. 얼굴이 안 되면 말이죠. 그런 게 인디인데, 사람들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디는 빡세, 시끄러워, 이렇게들 생각하지요. 이런 인식은 일종의 장벽이 되어 인디쪽에 '돈'이 풀리는 걸 가로막곤 합니다. 결과는? 어쩌겠습니까. 투잡 해야죠. 그래서, 인디 뮤지션들 대부분 투잡 합니다.


저항이냐 예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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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렇다면. 신해철씨가 언급한 원산지, 즉 영국과 미국은 어떨까요. 락은 대개 1950년대에 탄생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로큰롤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신호에 의해 증폭된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한 게 그때이고, 그때의 아티스트는 주로 솔로였습니다.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 이런 사람들이 데뷔한게 50년대 중반입니다. 그때 이 사람들, 자기 이름 걸고 나왔습니다. 그러다 터진 게 뭘까요. 비틀즈입니다. 비틀즈가 누구냐, 영국 리버풀 출신의 4인조 락 밴드입니다. 리버풀이 어디냐, 노동자 도시죠. 그럼 비틀즈는 뭐하는 사람들이었냐, 뭐겠어요. 노동 계층의 아들들이죠. 한마디로, 락은 애시당초 (사회학적으로)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하고 듣던 음악이다, 이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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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재밌는게, 이런 인식의 틀을 깨부수기 시작한 것도 비틀즈라는 겁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 는 음반이 있습니다. 위대한 음반입니다. 이게 어떤 음반이냐고 물으신다면, 사이키델릭과 (이른바) 예술이 만난 음악이라고 하겠습니다. 존 레넌의, 마약에 취한 듯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와 폴 매카트니가 만들어, 클래식을 듣던 사람들이 "비틀즈는 현대의 슈베르트'라고 칭송할 정도로 아름다운 <She's Leaving Home>이 같이 있는 앨범이 이 앨범입니다.

폴 매카트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봅시다. 폴 매카트니가 어떤 음악을 만들었습니까? 대부분 사랑입니다. 혹시 폴 매카트니 & Wings의 <Silly Love Songs>를 아시는지요. 저도 들어보진 못했는데, 가사가 이렇습니다.

You'd think that people would have had enough of silly love songs.
But I look around me and I see it isn't so.
Some people wanna fill the world with silly love songs.
And what's wrong with that?
I'd like to know, 'cause here I go again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그러니까, 대충 이런 이야기 아닙니까. '어리석은 사랑 노래'가 충분히 많다고들 하지만, 폴 매카트니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사람은 되려 '어리석은' 사랑 노래로 세상을 채우는 게 잘못된 게 하나도 없다며, 끝까지 사랑 노래를 만든다고 하는 거 말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랬던 사람입니다. 사랑 노래, 예술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이 사람의 음악을 '락'이라고 분류하곤 합니다. 왜냐, 음악의 토대가 락이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저항정신 없는 사랑노래도, 결국에는 락이 된다는 거지요.

여러분이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장르 이야기 좀 합시다. 락의 수많은 세부장르 중에, 펑크란 게 있고, 얼터너티브라는 게 있고, 하드코어라는 게 있습니다. 이쪽 음악, 빡셉니다. 가사,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세상에 타협 못한다는 듯한 이야기로 가득차있습니다. 그 반대로,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가 있고, 아트 락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쪽 음악? 어떻겠습니까. 훨씬 부드럽습니다. 가사, 물론 사회비판을 하는 핑크 플로이드도 있지만, 신화 등을 표현하는 밴드도 널렸습니다. 신화나 영웅의 무용담이 가사인데, 저항정신이라. 설마!


어이구,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네요. 이런 말 저런 말 계속 늘어놓은 거 같은데, 대충 제가 오늘 하고싶었던 말은 이겁니다. 락은 그 범위가 매우 넓은 음악입니다. 뭐라 정의하긴 힘들고, 그냥 사운드적인 접근이라던가, 그 자신의 자의식, 이정도로 대충 "아, 얘들 락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는 거죠. 다음주 일요일에도 수업이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시간부터는 락의 역사를 천천히 되짚어보도록 하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4/02 21:26 2008/04/0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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