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5월 29th,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작가가 좀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그럴 자유는 있어야 한다.” ((박현희, 「좌우를 오고 갈 자유는 가능한가」, <한겨레21> 762호에서 재인용.))

애석하게도 김지하가 말하는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는 자기가 얼마나 무식한지 드러내는 자살골을 몇 개를 넣을 건지 심사숙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튼 그는 그렇게 말했다. <부산일보> 칼럼에서 그는 말한다. “봉하마을에서 악을 악을 쓰는 맑스 신봉자들” ((김지하, 「[김지하 칼럼] 나의 이상한 버릇」, <부산일보>, 2009년 5월 28일자.)) 이라고.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아, 김지하,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었구나.

그냥, 이 사람을 보면, 요샌 그저 안쓰러운 마음만 든다. 그가 원하는, ‘생명’이라는 거대한 담론 하나에 완전히 파묻힌 모양이다. 그러고는, 모든 가치를 완전히 망각한 모양이다. 자신의 과거마저 부정한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호랑이 담배 먹던 것” ((위의 글)) 이란다. 안쓰럽다. 이 사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망가졌다.

- 덧붙여. 김지하 자신은 자신의 생각을 동전 뒤집기 게임처럼 뒤집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니다. 그건 책임의 문제다. 글쟁이는 자신의 말과 글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어줍잖게 진중권씨 비판하며 현대미학따위 전혀 모른다는 걸 만방에 보여줬던 그 말, 정말 김지하 자신은 책임 질 수나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여기서 이미 그의 글쟁이로서의 생명은 끝났다. 믿을 수 없는 글쟁이는, 그저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그를 보내며

5월 29th,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1.
진보세력

가끔 자신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주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다수가 아니다. 그들은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랄만큼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지만, 사람들은 놀랄만큼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모두가 이 사건이 ‘비극’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중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에 대한 입장, 그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가 FTA를 체결했다는 것을 지금 칭송하는 사람들은 없다. 모두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칭송한다. 그의 패기를 칭송한다. 이 자리에서 그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없다. 아니, 잠시 유보돼 있을 뿐이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이르다. 진보세력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것을 예측하기에 우리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했다. 똑같다. 역사에 예측은 없다. 확률론적 예상만 있을 뿐이다. 가끔 통찰력으로 예상을 적중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신기한 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추모기간 중의 예측은, 너무나도 무모하고 위험하다.

역설적으로 진보세력에게 비관론이 퍼진다. 그러지 말자. 지금 이러고 있기에, 우리가 해야 할 건 너무 많다. 어떻게 될 지 생각하기 전에, 일단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주자. 그러면서 우리의 임무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내자. 제발.

 

2.
한겨레, 그리고 친노세력

<한겨레21>은 최장집 등을 빌어 “도덕의 역설”을 이야기했다. “비도덕적 인간에게는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고, 도덕적 인간에게는 끝없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역설” ((최성진, 「위험한 칼끝, 도덕성」, 『한겨레21』, 제762호, 특별증보판 2쪽)) 이라 했다. 딱 그만큼이다. “반노에게는 친노를 요구하지 않고, ‘그나마’ 친노에게는 끝없이 친노를 요구하는 역설”이라 해야 할까. 엄밀히 말하면 ‘친노’라기보단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적 지지’했고, 결국엔 실망하고 돌아선 게 진보, 정확히는 좌파 세력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조중동보다는 한겨레가 훨씬 더 얻어터지는 게 지금이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지금부터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이른바 진보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한겨레를 끊는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한겨레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거나, 애시당초 한겨레와 지향점 자체가 다른 사람일 뿐이다. 한겨레는 친노 세력을 챙겨줄 의무가 없다. 그냥, 한겨레가 여태껏 해왔던 그대로 하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가 있었다면 이는 철저히 규명해야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과한 면이 없지 않다.”는 논조를 그대로 견지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이번 주는 추모기간이었으므로, 전자를 조금 (내가 보기엔 과하게) 억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사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여하튼. 다음 주부터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굿바이 노무현’이라는 도발적인 표지를 올렸던 한겨레, 그리고 한겨레21은 당분간 친노 세력의 거센 비난을 받을 게 뻔하지만, 여기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미 나는 ‘극성 친노’를 설득하는 것을 오래 전에 포기했다. 내 할말이나 하련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성화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신성화된 노무현, 그건 노무현 답지 않다. 통기타 치며 상록수를 부르고, 자신의 고생을 대신 말해주는 남의 연설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인간 노무현, 그게 노무현 답다. 친노들도 이건 알아야 한다. 노무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비판 가능한 존재다. 물론, 난 이걸 그들이 이해할 거란 걸 이미 포기했다. 팬, 즉 fanatic(광신자, 열광자)이라는데 뭐. 그러니, 추모기간이 끝나면, 이제 역사가의 입장에서 조금 더 열정적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

아 참고로, “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는 ‘상대주의’” ((노무현, 「민주주의의 관용과 상대주의」, 사람사는 세상. http://www.knowhow.or.kr/speech/view.php?start=0&pri_no=999840195)) 이며, “민주주의의 원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 ((위의 글)) 이고, “소극적 의미로 보면, 관용은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생각이 다르다 하여 타도하고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주주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관용이 필요합니다.” ((위의 글)) 라 주장한 사람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정말이다. 진보세력 까기 전에 직접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친노세력이여, 이게 바로 그토록 당신이 지지했던 사람의 사상이다. 생각해보기 바란다.

 

3.
노무현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영결식 날이다.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다. 90년생이니까.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처음으로 뽑은 대통령이었다’는 고백이 유난히 많았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두 번 반 절을 하기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어떤 느낌인지, 크게 와닿진 않았다. 토요일에 뭐 했냐 하면, 베이스 사고 동문회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내 안에 있던 뜨거운 즐거움의 에너지를 다 뽑아내고서야, 드디어 그의 서거에 대한 느낌이 조금씩 와닿나 싶더니, 두 번 반 절을 하고 난 다음에는… 아아, 정말 이 사람이 가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남겼던 영상들도 참 많이 봤다. 통기타 치며 노래하던 후보 시절 영상도, 5공 청문회 시절 영상도. 조금씩 눈물이 나더라.

이렇게 빨리 가실 분이 아니었다. 고인의 바람대로 새 시대의 장을 열어야 했던 사람이었다. 조금 무모했다. 보수의 저항이 거셌다. 그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그의 5년, 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합한 10년이 남았다. 보수의 행진 사이에, 조금 튀었던 시간으로 남고 말았다. 새 정치의 서막이 아닌, 구 정치 속에서의 이단이 되고 말았다.

벌써 금요일이다. 이제는 그를 영영 보내야 한다. 싫다. 하지만 벌써 몇 사람을 보내본 사람으로서, 여기서 미련을 가지는 게 쓸모 없음을 알고 있다.

어쩌면, 역사가 ‘수구가 보수를 참칭하던 시대에 나타나, 좌파로 오인받으며 살아야 했던 진정한 의미로 보수적이었던’ 사람을 이렇게 보낸다. 굿바이 노무현. 아직 당신이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지만, 이젠 편히 쉬길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의 짐은 이제 우리 모두가 짊어질 것이다.

 

사족.
그에겐 ‘전 대통령’이란 말보다, 그에게는 ‘바보’, 그리고 ‘사람’이란 말이 더 잘 어울렸다. 차마 그에게 존댓말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도 권위주의를 싫어하던 당신이 바라는 게 이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전 대통령’이란 말을 꼬박꼬박 쓴 이유는, 그가 유독 전 대통령에 대한 어떠한 선례를 남기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어조는, 이렇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 중 경제적인 면, 그리고 많은 면에서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이른바 ‘좌파 빨갱이’다. 하지만 지극히 합리적이었던 그의 똘레랑스(tolerance; 용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용’이란 번역어를 사용했다.) 정신은 정말이지 높이 사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뒤틀린 이념 지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우파’의 딱지를 달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미 그 표현을 선점한 사람들 덕분에, 그 바람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지만.

SM

5월 29th, 2009 by mindFULL No comments »

그냥, 보수세력엔 참 SM이 많은 것 같다.

누굴 까지 못해 안달인 ㅂ아무개란 놈도 있질 않나, 아무래도 악플 좀 받고 싶어서 안달이신 것 같은 여러 분이 있질 않나.

더 말하기도 싫다. 이런 인간들은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리액션이 없는 액션은 재미가 없거든. 그 싸이코들한테도.

나답지 않은

5월 27th,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나답지 않은 일을 하느라 집에 가는 지하철 막차를 놓치고 학교 가는 차를 탔다.

사람이었다

5월 24th, 2009 by mindFULL No comments »

아침에 소식을 듣고 정말 멍했다.

나와는 정치적인 입장이 달라서 그를 지지한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과는 달리, 노무현을 바라보는 느낌은 ‘잘 했으면 좋겠는데…’ 였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사람은 두 귀 꽉 막고 될대로 되라 식으로 밀어부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짜배기 사람이었으니까.

‘인간 노무현’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

21st Century Breakdown

5월 17th, 2009 by mindFULL No comments »

세상에, 그린 데이(Green Day)가 새 앨범을 냈다! 2004년의 <American Idiot> 이후 라이브 앨범만 딱 하나 냈을 뿐이니, 5년만의 신보인 셈이다. 1987년에 결성돼 1989년에 첫 앨범을 내고, 1994년의 <Dookie>로 메이저로 발돋움한 밴드이니 그린 데이도 ’20년 묵은 밴드’ 급에는 들긴 하지만, 앨범이 너무 안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긴 했다. 그런데 글쎄, 이들의 새 앨범은 18개 트랙, 그리고 서곡과 3부로 구성된 락 오페라 앨범이었다. 세상에나.

21st Century Breakdown, Green Day

21st Century Breakdown, Green Day

전작 <American Idiot>은 “Jesus of Surburbia”를 중심으로, ‘St. Jimmy’나 ‘Whatsername’ 등이 등장하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컨셉 앨범이었다. 어느덧 식상한 펑크 밴드가 되어버린 그린 데이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그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곡을 만든 <American Idiot>으로 자신들이 식상한 펑크 밴드와 얼마나 다른지 스스로 증명해냈다.

그리고 등장한 곡이 바로 Know Your Enemy. 싱글 커트된 곡이긴 하나, 이런 지루한 곡을 싱글로 커트할 생각을 다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의 곡이었다. ’에, 그린 데이의 신곡이라니 일단 듣기는 해야 할 거 같은데, 벌써부터 좀 지루하네?’ 정도가 첫 감상 느낌. 아니나 다를까, izm도 이 곡을 까고 있더라. “이들의 감각이 예전만 같지는 않”다는 게 확실하네 마네 하며. 다만 이들 역시 평가함에 있어 약간의 유보를 하려는 분위기를 보였는데, “컨셉 앨범이라면 이번 싱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삽질을 하고 말았지만. (사실 그만큼 Know Your Enemy가 별로인 곡이긴 하다. 나라도 그렇게 까고 싶었을 정도로;)

여하튼, 이번 앨범 역시 컨셉 앨범이다. 하지만 <American Idiot>과는 판이하게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건조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저번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은 풍부한 사운드로 가득하다. 스트링의 활용도 돋보이고, 지난 앨범보다 조금 더 탄탄하게 틀을 잡은 느낌이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그냥 컨셉 앨범이 아니라, 3부 구성의 락 오페라다. 왜 이 앨범 제작에 5년이나 걸렸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성공적인 귀환이다. 역시 그린 데이는 그린 데이다.

꼬랑지. 비슷하게 5년 걸린 앨범인 <No Line on the Horizon>은 투어 하느라(Vertigo 투어가 아-주 오랫동안 계속됐다는 건 워낙 유명하다.) 가 아니라, 릭 루빈과 했던 프로젝트가 한 번 엎어져서 5년이 걸렸다. 릭 루빈과 함께 했던 음악은 2006년 말 <U218 singles>이란 베스트 앨범에 딱 두 곡 들어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중 한 곡인 The Saints are Coming 이란 곡은 그린 데이와 함께 부른 곡이었다.

러브홀릭, 너의 앞길에 햇살만 가득하길

5월 11th,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러브홀릭 1집, Florist의 리패키지 앨범 RE:ALL F.L.O.R.I.S.T

러브홀릭 1집, Florist의 리패키지 앨범 "RE:ALL F.L.O.R.I.S.T"

조용할 때에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있다. 러브홀릭 1집 <Florist>의 마지막 트랙, “너의 앞길에 햇살만 가득하길”이 바로 그런 곡이다. 간주도 없이 시작되는 노래. 간주만 없다 싶었는데, 반주마저 없다. 오로지 지선의 목소리만 들린다. 시끄러운 곳에선 잘 들리지도 않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기타 한대가 반주를 시작한다. 베이스도 드럼도 없이, 그렇게 노래는 잔잔히 흘러간다. 노래는 자못 애절하나, 사운드는 단촐하기만 하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메시지와 멜로디. 말그대로 ‘기타 솔로’가 약간 흐른 뒤에도 다른 악기가 가세하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미련은 없어, 모두 내 몫으로 받아들일게. 잘 가, 잘 가, 너의 앞길 가득히 햇살만 가득하길.” 가사의 의미가 비로소 절박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이 노래는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모든 걸 잃은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 13th track of <Florist> by Loveholic.
강현민 작사, 작곡, 편곡.

대학교

5월 10th,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즐기면서 지낼 수 있었을까?

노무현

5월 1st, 2009 by mindFULL 2 comments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고 말하지 못 하겠다. 그가 대통령 됐을 땐 내가 너무 어렸고, 정치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졌을 때, 그땐 이미 그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연정, ‘좌파 신자유주의’ 발언, 그리고 한미FTA까지. 그는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었다. 비판적 지지 딱지를 붙이지도 못 할 만큼.

그가 퇴임한 후에, 그땐 그가 쓸쓸해보였다. 5년 내내 신나게 두들겨 맞은 후에도, 그래도 그는 고향에 호화로운 집을 지었네 뭐네 하며 (그보다 훨씬 호화로운 집에서 사는 사람이 회장으로 있는) 언론에게 욕만 들었으니까. 그도 좀 잠잠해졌다 싶더니, 갑자기 그와 그의 주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다 그의 가족들이 저지른 비리가 하나둘씩 밝혀지더라. 충격이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자신의 부인이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던 때, 그땐 ‘노무현에 대한 조금의 동정’마저도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후, 생각을 조금 달리 하기로 했다. 가장 깨끗한 대통령을 자임했던 대통령마저도 비리를 막지 못했다면, 이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이전 대통령보다 액수가 줄었다는 것에 안도하기로 했다. 그래, 한 번에 이런 게 사라지긴 힘드니까. 감소세에 있는 거야. 그렇게 이 나라 정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지금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게 아니었다. 이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출국금지인 상태다. (출국금지까지 해놓고 소환조사는 왜 안 하지? 노무현 측근에겐 그렇게 포화를 쏟아붓던 검찰인데?) 요요줄이 풀리다 말고 팅겨 올라가는 느낌이다. 집권 1년차 대통령 측근이 이 정도인데, 과연 4년, 5년차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도 하기 싫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래도 자신이 깨끗해야 한다는 자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지만, 글쎄.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의식을 기대하긴 힘든 것 같다. 여태까지 보여줬던 행동을 보면 말이다.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응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이 한동안 TV를 뒤덮었다. 비극이란다. 그렇다.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의 뒤가 항상 ‘구린’ 거, 그거 비극 맞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더 큰 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5년 후에도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 역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 측근을 먼지털이하듯 탈탈 털기만 했지, 제도적인 보완따위 하나 한 적 없으니 말이다. 과연 우리는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글쎄. 난 회의적이다. 저 윗선에선 이 비극을 방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까. 단지 정치싸움 하는 데에 바쁠 뿐이니까.

p.s. 검찰은 왜 사서 신뢰를 잃어주시는지. 이런 글 하나하나 올리면서 검사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떡할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까지 해야한다는 거, 그게 참 웃기다.

4월 25th, 2009 by mindFULL 3 comments »

요새들어 더욱 자주 느끼는 거지만, 나는 기분 나빠지게 먹는 술은 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람을 만나며 술을 마실 때, 술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술은 단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술에 입 댄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렇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이 조금 더 강해졌다. 술을 ’사람을 맛이 가게 하는, 혹은 정신을 잃게 만드는 희석된 알코올’로 보느냐, 혹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보느냐. 나는 여기에서 일종의 품위가 갈린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