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디자인’

베젤은 까지 말자

3월 30th, 2010
iPad © 2010 Apple

iPad © 2010 Apple

iPad가 참 여러가지 요인으로 까이긴 하는데, 이걸 보고, 베젤(액정 테두리)이 너무 두껍다고 까는 사람은 좀 혼나야 한다고 본다.

실용성 없는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라 Fine Art다. 잡지 사이즈의 커다란, 700그램씩이나 나가는 기계를, 그것도 뒷면은 산화알루미늄 재질로 된 맨들맨들한, 게다가 화면에 손이 닿는 순간 터치가 인식되는 정밀한 기계를 베젤 없이 끝부분만 간신히 잡다가 터치하라고? 그건 사람이 쓸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졌을 기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진 모르겠지만, 그런 디자인은 터치 스크린 디바이스라기보다는 요새 유행하는 벽걸이형 보더리스 LED TV에나 어울릴 디자인이겠지.

이래서 안 되는 거다. 맨날 디자인이 중요하다, 애플의 성공 요인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이다, 하지만 핵심은 전혀 못 건드리고 있다. 아니, 무엇보다 디자인과 스타일을 구별을 못하고 있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매우 편집증적이어서 나사 하나 박는 것도 안 좋아해 애플 제품이 끝내주는 것도 맞고,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던 아이브가 훌륭한 스타일리스트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유저의 사용 환경을 얼마나 세심히 고려하는 지, 그걸 몰라서는 영영 애플 워너비만 하다 점유율 놀이에서 처참하게 질 수밖에 없을 거다.

디자인과 선택

9월 27th, 2009

하나를 얻기 위해 버려야 할 게 너무 많다. 언제나 디자이너는 사용성과 심미성을 사이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계층을 확실히 나눠서 구성을 하면 사용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나 흔한 사이트 중의 하나가 되고 말거란 것도 안다. 틀을 좀 비틀고 변화를 주면 사이트가 독특한 인상을 남길 것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하면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헤맬 것이란 것도 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 언제나 그게 문제다. 둘 중 하나를 명확하게 선택한다는 것, 그건 좀 도박에 가깝다. 그렇다고 둘을 적절히 절충하자니,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결국 어느 하나에는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골라야 하는가?

창의적인 디자인을 해야 할 때와, 편리하고 익숙한 디자인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 중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가, 라는 질문에 답이 어디 있겠니, 그때그때 다른 거지, 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굳이 꼽자면 난 편리하고 익숙한 디자인을 해온 편이었다. 게시판이 “무조건 예뻐야돼”라며 비주얼을 위해 사용성을 희생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할 게시판이라면, 나 자신의 취향을 약간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래서 처음 보자마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내 취향을 바꿔왔다. 편한. 직관적인. 이 두 단어는 최근 내가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한 키워드였다. 클리셰라는 소리를 들을 것을 알았지만, 난 오히려 “클리셰를 써서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여태까지 잘 해온 거였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영원히 확신하지 못할 거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일종의 기술이라는 게 내 지론이라지만, 세상에 어디 100% 옳은 게 있어야지 말이다.

결국, 언제나 일장일단이란 게 있는 거다. 그래서 모든 디자이너는 치열하게 고민한다. 고민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자격이 없고, 고민하지 않은 디자인은 디자인의 가치가 없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건 힘든 일이다. 감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이 힘든 일을 왜 하는 걸까? 난 모르겠다. 당신이라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말이다.

윤고딕, 그리고 산돌고딕

4월 22nd, 2009

요새 타이포그래피나 서체 관련 책을 조금씩 찾아 읽고 있다. 책을 몇 권 읽었다보니, 서체의 활용에 있어서 예전보다 체계가 더 확실히 잡힌 느낌이 든다. 예전엔 죽어라 고전적인 느낌은 Univers나 Helvetica, 현대적인 느낌은 Myriad나 Frutiger, 세리프는 무조건 Garamond 식으로 폰트를 제한적으로 써왔다. 요새는 다르다. Goudy Old Style, Bodoni같은 ‘존재 자체를 몰랐으나 꽤나 유서깊은’ 서체들도 조금씩 사용하는 편이다. (그래도 Akzidenz Grotesk는 못 쓰겠다;) 뭐 여튼, 꽤 다양한 폰트들에 대한 지식을 한순간에 습득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요새들어 서체에 대해 꽤나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다. 이 폰트는 이런 느낌이 있구나, 저 폰트는 저런 느낌이 있구나 식으로. 그러한 생각 중 하나를 여기에 정리한다.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아래의 내용은 타입페이스에 대해 전문적인 수업을 들어본 적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추한 내용이니, 학문적으로 따지고 들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ㅠㅠ

Helvetica라는 서체가 있다. 혹자는 “20세기 공식 서체” ((김현미,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 pp.165. 세미콜론)) 라 표현하기도 하는 서체다.

많이 보셨을, 바로 그 서체.

많이 보셨을, 바로 그 서체.

이 서체는 20세기에 등장한 모던한 “산 세리프(sans serif; 세리프가 없는, 즉 b나 d 등의 맨 윗쪽에 ‘삐침’이 없는)” 서체를 대표하는 서체 중 하나다. 세리프 서체를 모방한 티가 역력했던 이전의 산 세리프와 확연히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Helvetica와 같은 ”네오-그로테스크(Neo-Grotesque; 초기 산세리프 서체를 뜻한다. Grotesque는 ‘괴이한’ 이란 뜻으로, 세리프가 없다는 게 괴이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계열의 서체 ((사람에 따라 Helvetica와 Univers를 그로테스크 분류에 넣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위키피디아다. 하지만 이 글은 어도비(Adobe), 그리고 여러 책의 분류를 따라 이 서체를 네오-그로테스크로 분류했다. 솔직히 Helvetica는 몰라도,  Univers같이 단순하고 현대적인 서체를 어떻게 그로테스크로 분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중 Helvetica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산 세리프 서체로는 Univers를 들 수 있다. 이 역시 여러분이 익숙해 할 수 있는 서체 중 하나라 생각한다.

초기의 산 세리프 서체를 대표하는 News Gothic. 구글...이 자주 쓴다.

초기의 산 세리프 서체를 대표하는 News Gothic. 무려 구글...이 자주 쓴다.

역시 많이 보셨을 바로 그 서체. Helvetica보다 조금 더 딱딱한 느낌이다.

역시 많이 보셨을 바로 그 서체. Helvetica보다 조금 더 딱딱한 느낌이 특징적이다.

Univers와 Helvetica는 비슷한 계열로 분류되는 서체이지만, 둘의 차이는 크다. Helvetica는 그로테스크 서체를 모티프로 삼았으나, 네오-그로테스크계열인 Akzidenz Grotesk와 꽤 흡사하다. 하지만 Univers는 다른 Grotesque 서체가 지니고 있던 스퍼(세리프라 보기엔 작은 돌출부로 주로 대문자 G의 작은 부분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를 제거하고, 전체적으로 곡선의 활용을 자제했다. 단지 Roman, Oblique, Bold, Bold oblique꼴만 만들던 상황에서 벗어나 condensed(가로폭이 좁은), extended(가로폭이 넓은), 두께, 기울기 등을 숫자로 표현 ((십의자리는 두께, 일의자리는 폭과 높이의 비례로 표현하되, 홀수는 기본형, 짝수는 이탤릭형으로 삼았다. 55(Roman)가 기준이고, 63은 “Semibold Extended”, 46은 “Light Oblique”가 되는 식이다.)) 해 이전의 서체보다 훨씬 다양한 변화 ((이를 ‘팔레트’라 한다.)) 를 줄 수 있었다.

그럼 한국의 산세리프 서체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이미 산세리프 양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현대적인’ 서체들이 개발돼서 그런지, 유럽-미국과는 발전 과정이 확연히 다르다. 어떻게 다르느냐 하면, 인쇄 기술의 등장과 함께 각지에서 세리프체가 발전하고, 산세리프가 등장하고… 식이 아닌 ‘태초에 최정호 선생이 계시었다’ 식이다. 고 최정호 선생의 글씨가 현재 우리가 ‘명조(세리프와 닮았다)‘와 ‘고딕(산세리프와 닮았으나, 고전적인 고딕꼴 서체에선 세리프를 찾을 수 있다.)‘이라 부르는 서체의 원조격이라 봐도 된다.

sm중고딕에서 한글을 따온 애플고딕. 근데 영문은 대체 어디서 따온거니 ...

sm중고딕에서 한글을 따온 애플고딕. 근데 영문은 대체 어디서 따온거니 ...

(영문을 빼고는 상당히 고퀄리티의 서체이지만) 애플명조와 묶여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는 애플고딕, 그리고 좌우비대칭의 ‘ㅇ’자가 특징인(덕분에 이 ‘ㅇ’자만으로도 엄청난 욕을 먹고 있는) 애플명조는 각각 sm고딕과 sm명조를 기본으로 하는 서체이며, sm고딕과 sm명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즉, 윤고딕/윤명조/산돌고딕/산돌명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쓰이던 고딕/명조꼴 서체 ((<씨네21>의 경우엔 649호까지 sm고딕과 sm신신명조가 본문/제목서체로 쓰였다. sm고딕과 sm명조가 추하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씨네21 디자인이 구리다고 하는 사람은 못 봤다는 건 일종의 아이러니.)) 였다.

그러다 혜성같이 등장한 두 서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윤고딕과 산돌고딕. 이 두 서체 역시 말그대로 ‘심심하면 접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서체다.

윤고딕100. 설마 이 서체를 보신 적이 없다고 하시진 않으실테고..

윤고딕100. 설마 이 서체를 보신 적이 없다고 하시진 않으실테고..

산돌고딕. 이 서체 역시 못보셨다고 하면 안 된다. 무려 도로표지판에 산돌고딕을 살짝 변형한 서체가 쓰이고 있다.

산돌고딕. 이 서체 역시 못보셨다고 하면 안 된다. 무려 도로표지판에 산돌고딕을 살짝 변형한 서체가 쓰이고 있다.

이 두 서체는 현존하는 본문용 서체 중, 진정한 의미에서의 ‘산 세리프’ 한글 서체로 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서체이다. 이 두 서체는 최정호 선생이 제시한 ‘고딕꼴’ 서체의 세리프를 완전히 제거했다. 그래서 끝부분이 조금 더 깨끗해보이고, 시원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두 서체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윤고딕이 조금 부드럽고 현대적인 느낌이라면, 산돌고딕은 조금 거세고 고전적인 느낌이 든다. 다만, 영문은 그렇게 큰 차이가 들진 않는다. 다만 산돌고딕의 영문은 Helvetica와 매우 흡사하고(마치 산돌명조의 영문이 Garamond와 매우 흡사한 것처럼), 윤고딕은 Helvetica를 기본으로 하되 Helvetica의 ‘G’의 스퍼의 폭을 일정하게 다듬고, 보다 더 안정적인 느낌을 내려 노력한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현대적이고 밝은 이미지에는 윤고딕이, 조금 강렬한 느낌을 표현해야 할 때엔 산돌고딕이 어울린다.

두께나 변형 측면에 있어서도 이 두 서체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윤고딕은 100/105(정네모꼴. 105는 100에서 자간이 조정되었다.), 200(탈네모꼴. 다소 젊은 느낌이 강하다), 300(정네모꼴, 100의 영문/숫자 크기를 키움), 500(100/300의 폭을 조금 좁혀 날렵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더함)번대별로 특징을 달리하고,  최대 6단계의 두께 차이를 두어 Univers처럼 다양한 변화를 준 느낌이지만, 산돌고딕은 정직하게 L(Light)/M(Medium)/B(Bold) 3종만 출시되었다.

그래서 요샌 이런 생각이 든다. Univers는 다양한 두께의 서체를 만들지 않던 시대에 나온 혁신적인 작품이므로 Univers와 한글 서체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두 서체 중 Univers의 활용도를 계승한 서체는 단연 윤고딕이고 ((물론 서체 폭이 다양하지 못한 문제가 있지만, 한글 서체 폭을 함부로 줄이면 가독성이 매우 낮아지므로 서체 폭을 다양화하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다.)) , Univers의 딱딱한 느낌을 계승한 서체는 산돌고딕이다. 되레 윤고딕은 Helvetica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을 계승한 느낌이 크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Univers, 한국의 Helvetica’라 부를 수 있을만한 서체를 찾기 힘든 현실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가 그런 서체를 찾아야 할까? 서체의 발전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그 서체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빼닮은 서체를 찾을 순 없는 노릇 아닐까. Helvetica가 ‘Neue Helvetica’로 탈바꿈하며 Univers 특유의 숫자 팔레트 개념을 차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 번외로, 여기에 덧붙여 요새 갑자기 등장해 윤디자인과 산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3강’ 구도를 세우고 있는 폰트릭스의 ‘고딕꼴’ 서체 중 대표격인 Rix고딕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려 한다.

Rix고딕.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다.

Rix고딕.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다.

Rix고딕의 영문은 Helvetica와 완전히 다르다. (네오-)그로테스크가 아닌 휴머니스트 산 세리프(Humanist Sans-serif; 손으로 쓴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 서체를 Humanist 서체라고 한다. 주로 획의 두께에서 변화가 크거나, 형태나 느낌이 Grotesque계열과 확연히 다른 Frutiger, FF Meta, Myriad, Optima, Gill Sans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형태의 영문이 인상적이다. (굳이 비슷한 서체를 찾자면, FF Meta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획의 끝부분에 미세한 두께변화를 주는 등, 딱딱한 느낌을 벗어나려 한 티가 역력하다. 글자폭 역시 기존의 고딕들보다 좁은 편이다. 한마디로 이 서체는 휴머니스트 산 세리프와 잘 어울리는 한글 서체다.

시험이 끝나면

4월 20th, 2009

중간고사가 끝나면,

준비중인 새 테마

준비중인 새 테마

블로그를 이렇게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역시 시험기간에 하는 디자인이 제일 퀄리티가 높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