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철학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양보해도 삼성이 주장하는 무노조라는 거, 그거는 개똥 철학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걸 철학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웃기고, 그런 주장을 했던, 기업가로서는 반드시 챙겨야 할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빵점짜리인 사람을 훌륭한 기업가라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문이 우리나라 신문 업계 2위를 다툰다는 사실도 참 부끄럽다.

무노조, 그건 안 된다. 아니, 그게 삼성이 주장하는 대로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는 기업으로서의 ‘비노조’ 경영이라면 모를까. 노동자들이 필요성을 느껴서 노조를 만들려 해도 그걸 억지로 막는, ‘비’노조를 넘어선 ‘불’노조를 한다면, 그건 틀린 거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월경을 하지 못하는 게 다반사라면, 암에 걸려도 호소할 데 없다면, 그래서 외부 언론과 접촉할 용기씩이나 낼 필요가 있는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은 실패한 기업이다. 아니, 더러운 기업이다. 내 목숨을 돈과 바꿔야 한다? 글쎄.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만약, 내가 삼성에 입사하게 된다면 나는 평생동안 부끄러워하며 살 것 같다. 삼성은 정확하게 내 신념과 정 반대에 서있는 기업이다. 신념을 꺾고 사는 삶이라, 난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 안에서 노조 만든다 하면, 부모님까지 회유하는 기업이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런 곳에선 일하지 않을 거다.

한국노총

한국노총, 얘들은 정말 뭐하는 놈들이지? 합의를 해도, 전임자 지급 금지는 합의를 하고 복수노조는 30개월 유예해도 괜찮다? 이 말은 자기네들의 권력을 쥐기 위해 권리따위 저버리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지?

뭐 한나라당-이명박 정권과 정책연대 할 때부터 지켜봤지만, 얘들에게 상식적인 ‘노조’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인 듯싶다.

그들이 말하는 법이 자못 무서워 보일 때가 있다. 마치 자신은 한 마리의 순한 양인 양, <PD수첩>에게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그들의 보도를 하나하나 곱씹어 이것은 허위사실 유포네, 이것은 명예훼손이네 식으로 빨간 펜을 들어 보도에 난도질을 할 때 – 그들의 법이 실제 법과 다르다는 믿음은 여전히 지니고 있지만 – 나는 그들의 법이 참 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망언’을 신문 기사로 접했다.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봤다. “지금 지구상에서 이런 식으로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이건 당장 독일의 오펠사를 포함해, 유럽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업을 숨긴 ‘허위사실 유포’ 아닌가?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 말했을 때 자유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근거에 (논리적이든, 팩트에서든) 오류를 지닐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류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라는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논쟁이 성립할 수 없다. 누구나 오류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므로, 법과 상관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는 시도 자체를 주저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돼서는 변증법이 효력을 발하지 못한다. 정과 반이 충돌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류는 지적해서 고쳐나가야 할 문제지, 처벌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현 정부는 자신에 대해 반발하려는 세력을 그렇게 처벌하려 하는 것일까? 그 특유의 독선과 아집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정부는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받으시오’ 따위의 수준 높은 논쟁의 규칙은 염두에도 없다. 변증법, 그것도 염두에 없는 것 같다. 이 정부와 닮은 집단이 세상에 있었나? 많았다. 그중 그들과 가장 비슷한 집단은 중세 기독교일 것이다. 교회에 반대하는 것은 곧 죄였고, 종교재판에 처해져야 했던 것처럼, 이명박에게 반대하는 것은 죄인 모양이다. 이명박에게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읽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겠지. 장로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