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 남고

1월 26th, 2010 by mindFULL Leave a reply »

남녀공학만 나와서 그런지, 남중과 남고 특유의 문화에 이질감을 넘어서 경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렇지. 그 뜨거운 시기에, 자기들과 비슷하게 성적인 에너지를 분출을 못하는 친구들과 6년 동안 뒹군다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남중-남고를 나온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는 것은 내겐 일종의 소름돋는 일이었다. 점심시간에 TV에 포르노를 틀어놓는다니. 그런 건 내가 있었던 곳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 경외감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건 일종의 안타까움이다. 이성에 대한 뒤틀린 관심을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충동적으로 틀어놓는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가? 자신과 다른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배워야 할 ‘배려’라는 것을 배워야 할 시기에, 몸으로 체득할 시기에, 그런 것들을 배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 사회화라는 것은 이런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자애들이 내신을 휩쓸어간다”는 보잘것 없는 이유로 남녀공학이라는 좋은 배움의 기회를 기피하는 것이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남자반, 여자반을 굳이 나눠가며 금남, 금녀의 구역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남녀를 나눠놓으면 학력이 향상된다? 학력 향상? 그런 건 개나 줘라. 그깟 미적분 좀 더 잘한다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건, 암기과목에서 암기할 거 더 많이 외웠다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명문대가 아니라,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배려심이다.

– 그래서, 나는 중학교때 학원에서 처음 만났던 그 친구가 그렇게 스무번이나 실수를 저지른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인간은 못되도, 그 누구도 괴물이 되지 않을 기회는 얻을 수 있어야 했다. 사족이지만, 물론 이 글이 남중-남고를 나온 사람이 다 이렇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혹은 가정교육에 따라 남중-남고를 나온 사람도 충분히 배려심을 배울 수 있다. 아니, 대부분 그런 걸 배운다. 하지만, 내가 못 본 3년 사이 유난히 마초같이 변했던 그 친구는, 안타깝게도 그런 배려심을 배울 기회가 지금까지 없었나보다.

Advertisement

4 comments

  1. 미고자라드 님의 말:

    모.. 몸으로 체득?

  2. w2000wkd 님의 말:

    여성부 같은 데서 강제로 해야할 것 같은데 막상 어른들은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3. 연대사건말인가요 님의 말:

    스무번을 실수라고 보는건 좀 아닌것 같습니다만

  4. mindFULL 님의 말:

    미고자라드 // 자제요

    w2000wkd // 높으신 분들은 성적에만 관심있지..

    익명 // 전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할 수가 없어요. 그 죄를 지은 배경에 우리 사회가 있다면, 우리 사회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고 보니까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묻고싶네요. 그 친구를 욕해서 당신이 얻는 게 무엇인가요? (이런 일이 이슈화되면서 얻게 될 피해자의 불안감은 둘째치고서 말이죠.)

    글쎄요. 그 친구를 기어이 괴물로 못박을 생각이라면, 글쎄. 제가 그 생각에 굳이 동조해야 하나요? 아니라고 봐요. 제 관심은 그 친구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생각을 고쳐먹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있어요.

    아참, 그리고 말꼬리 잡혀서 굉장히 기분 나쁘네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이 글의 핵심은 그 단어에 있지 않아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