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는 왜 있는 건가

3월 22nd, 2009 by mindFULL Leave a reply »

‘특수목적고등학교’, 줄여서 ‘특목고’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다. (실제로 어떻든 간에) 외고는 ‘외국어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고, 과학고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고, 국제고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란다. 참으로 ‘특수한 목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 이 ‘특수한 목적’이 잘 실현되고 있긴 한 건가? 외고와 국제고는 내가 다녀본 학교가 아니니 딱히 이야기 할 자격이 나에게 없고, 과학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대체 과학고는 왜 있는 건가? ‘과학 인재 양성’, 좋다 이거다. 그런데 정말 이 목적이 실현되고는 있는 걸까? 아니다. 과학고 졸업생의 대다수는 국내 대학에 진학한다. 유학파는 극소수다. 결국 대다수의 경우 과학고 졸업생은 일반 인문/실업계고 졸업생과 같은 목적지로 간다. 물론 KAIST와 포항공대와 같은 학교는 조금 예외라고 볼 수 있다지만, 일반고 졸업생이 여기 못 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KAIST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일반고 학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 시점에서 과학고 졸업생과 일반고 졸업생이 다른 게 뭔가? 물론 과학고 졸업생은 대학 1학년이 배우는 내용은 상당부분 미리 학습한 상태로 입학하니 ‘조금 더 수월한 대학생활’을 할 수 있고, 조기졸업을 했을 경우 1년 빠르게 졸업한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일반고 졸업생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고, 후자의 경우는 ‘재수생도 큰 무리 없이 사회에 적응한다’는 현상을 봤을 때 사실상 의미가 없는 부분이다. 결국 비약을 섞자면 과학고의 ‘특수한 목적’은 결과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다시 묻는다. 대체 과학고는 왜 있는 건가? 지금과 같이 단지 ‘대학 입시’가 암묵적으로 가장 큰 목적으로 굳어졌다면 말이다. 연계 코스를 잘 만들어놓던가, 아니면 차라리 과학고를 없애고 평준화의 틀에서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던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지금 과학고 체제에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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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zello 님의 말:

    어차피 우리나라 교육의 평준화는 평준화 스럽지 못한 평준화였고 그에 의해 안습적으로 특목고가 목적이 변화한데다가 특목고 자체가 기득권층에게 맞춰져있어서 변화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2. 익명 님의 말:

    1zello님께..
    특목고 자체가 기득권층에 맞춰져있다는것은 잘 이해가 안가는 대목입니다…

  3. 엽토군 님의 말:

    과학고가 정말 과학 인재를 양성하려고 만들어졌을까? 아니지. 과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엘리트교육 시켜서 SKY high 시키려고 만든 거지. 외고는? 글로벌 인재 양성한다는 핑계로 엘리트교육 시키려는 거고. 실업고는? 실무에 강한 인재 양성한다는 핑계로 공부는 안 시켜주고 돈 벌어야 된다는 강박만 심어주려는 거고. 간단한데… 내가 아는 mindFULL이 모를 만한 게 아닌데?

  4. Choi JK 님의 말:

    과고가 애초부터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젊은 과학자가 성과를 많이 낸다는 걸 생각해 보면, 1~2년이라도 빨리 공학도를 만들어내자는건 나쁜 생각이 아니라고 봐요.
    여하튼 과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공학도가 아니라 엘리트를 만들고 있으니. 특수교육이니 어느 정도는 엘리트성을 가질수밖에 없겠지만 이건 너무 심하죠.

  5. mindFULL 님의 말:

    zello + Anonymous // 특목고는 뭐랄까요, 누군가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양새가 좀 있죠. 어부지리로 그 열매를 따먹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요.

    엽토군 // 가끔은 이런 진지하고 알찬 글도 한 번 써줘야 블로그가 유지가 되므로 (…)

    Choi JK // 그런 목적으로 설계를 했으면 과고-대학 연계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특수목적을 너무 ‘후레’로 성취하려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엘리트성… 쩝. 뭐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사실이니까요.

  6. 피엡 님의 말:

    딴 외고들도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데는, 프랑스어 시간 절반은 자습인데다가 과목명은 ‘프랑스어회화Ⅱ’니 하는 심화과정인데 배우는 내용은 일반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프랑스어Ⅰ’인…. =_=

    그래도 “대학 1학년이 배우는 내용은 상당부분 미리 학습한 상태로 입학”한다니, 좀 낫네. 에휴….

  7. tigger10 님의 말:

    애당초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에서는 왜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만들수있다고 했을까가 궁금하지만 자료를 못찾겠다

  8. mindFULL 님의 말:

    피엡 // 허허허 외고는 더 심하구나 -ㅁ-
    호랑이 // 그게 언제 제정된거지?

  9. tigger10 님의 말:

    그건 잘 모르겠다 … 법자료는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으니 알아서 찾아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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