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참 블로그를 열심히 할 때. 그 때 나는 어린 학생이었다. 아직 채워야 할 것 투성이였고,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내용을 열심히 썼다. 당연한 내용, 정치적으로 올바른 내용. 그러나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내용. 내가 하루하루 배워가는 것과 '현실'이란 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꽤 강렬했다. 그게 내가 그 때 블로깅을 했던 이유였다.

언젠가부터 블로그를 잘 하지 않게 되었다. 피드백이 줄었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순전히 관심을 받기 위함이었다면 글을 그렇게 열심히, 퇴고와 퇴고를 거쳐 쓸 필요는 없었다. 생각보다 자주 내 블로그에 들어왔다. 그러나 글쓰기 창 앞에서 느낀 것은, 하얀 화면을 채울 내용이 내 머릿속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글쓰기라는 활동은 나와 멀어졌다.

왜 그랬을까? 당연한 소리를 쓰는 것이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을 '현실'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내용을 짚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액션을 취하는 게 우선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내 생각은 조금 바뀌고 있다. 하루하루 참기 힘든 말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것 같다.

블로그를 연지도 벌써 9년째다. 언젠가부터 시간만 셌던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쓰긴 써야 한다. 다만, 예전과는 굉장히 다른 글이 쓰여질 것 같다.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글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